2006년 늦봄, 어느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

[매일신문 2006-05-1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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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5시 35분. 베트남 이주노동자 A(25)씨가 성서공단 내 한 은행에서 돈을 찾으려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숨졌다. 산업 연수생으로 대구에 들어와 공단 생산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정확하게 3년 40일이 지난 날이었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는 ‘과로사’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상담소가 입수한 그의 4월분 월급 명세서에 따르면 A씨는 4월 한 달간 단 이틀밖에 쉬지 못했다. 그는 주·야간 번갈아가며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을 일만 하다 이국 만리에서 쓰러진 것으로 상담소는 보고 있다.

지난 1월 25일에 베트남 이주노동자 B(26) 씨가 기숙사에서 잠을 자다 돌연사했다.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은 “이주 노동자들이 법정 근로시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은 1일 8시간, 주 40시간은커녕 밤낮 없이 연장, 야간 근무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

근로복지공단 대구지역본부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의 대구·경북 산업재해 인정건수는 2003년 176건, 2004년 220건, 지난해 155건. 이 가운데 사망은 2003년 4건, 2004년 3건 지난해 3건. 올해는 성서공단 한 곳에서만 벌써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김경태 목사는 “인권단체들이 대신 산업재해를 신청해주지 않으면 업주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거나 아예 산재사실을 모르는 이주노동자들이 허다하다.”며 “실제로는 훨씬 많은 산재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대구지역사회선교협의회, 이주노동자인권문화센터, 이주여성인권상담소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