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연맹 “건설업 산안위 폐지 반대”

[레이버투데이 2006-05-1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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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노동부가 입법예고한 건설업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폐지를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건설업에서 오히려 제도적 보완을 통해 강화돼야 할 산업안전보건위를 폐지하는 것은 산재예방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건설산업연맹(위원장 남궁현)이 반대하고 나섰다.<본지 4월26일자 참조>

17일 건설산업연맹은 “건설업 산업안전보건위 폐지에 반대한다”며 노사동수 구성의 필요성과 심의의결 기능의 유지를 강조하는 내용의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를 지난 15일 노동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건설업 산안위 폐지는 재해예방 노력 무력화 위한 것”

건설산업연맹은 “개정안은 산안위 근본원칙인 노사동수 구성을 위배하고 있다”며 “산안위는 심의의결기구이기에 노사동수 구성은 노사간 이견이 발생하는 사유에 대한 안건처리에 필수요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르면 개정안에서는 노동자위원을 원도급업체 근로자대표, 하도급업체 근로자대표, 명예감독관 등으로 두고 사용자위원을 원도급업체, 하도급업체, 안전관리자 등을 사용자위원으로 두고 있는데, 건설현장은 중층하도급 구조여서 실제 원도급업체 근로자대표는 건설현장에서 관리자 지위에 있고 명예감독관도 관리자로 선임되고 있다며 실질적인 근로자대표가 소수에 그친다는 주장이다.

또 건설산업연맹은 건설업 산업안전보건위에 심의의결 기능을 없애고 협의기능만을 둔 것에 대해 “건설현장처럼 노사간 지시복종, 상명하복의 전근대적 풍토가 만연하고 있는 업종에서 심의의결이 아닌 협의기능을 갖춘 기구로는 실체적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이밖에도 개정안에서는 현재 산업안전보건위 심의 내용으로 돼 있는 ‘유해위험기계기구 그밖의 설비를 도입한 경우 안전보건조치에 관한 사항’이 누락됐다고 건설산업연맹은 주장했다. 건설현장은 유해위험 기계기구를 많이 사용하는 업종으로 이와 관련된 산재사고가 많이 일어날 뿐 아니라 사고발생도 중대재해로 귀결되는데도 이를 누락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개정안의 문제점은 건설현장에서 확대돼가고 있는 산업안전보건위 설치 노력을 무산시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건설산업연맹에 따르면 그동안 건설산업연맹과 건설노조들은 건설현장의 산재예방을 위해 전국적으로 산업안전보건위 설치와 운영을 요구하고 진행해온 결과, 경기도노조는 2002년 용인 신갈 두산건설 현장에서 처음으로 산업안전보건위를 설치한 이래 현재 57개 건설현장에 산업안전보건위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산업안전보건위 근로자위원으로 선출된 노동자는 393명에 달하고 있다.

건설산업연맹은 “현장에서 직접 근로자대표가 참가하는 산업안전보건위가 활성화되자 현장 노동자들도 적극적으로 참가해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며, 노동사무소들도 지역 사업주들에게 산업안전보건위 설치·운영을 독려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개정안은 이같은 산재예방 노력을 무산시키는 것으로 개정안이 강행될 경우 건설 사업주들은 현재 설치돼 있는 산업안전보건위를 해체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는 완전히 무력화될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했다.

“재해율 산정기준서 교통사고 등 누락 등 ‘개악’ 많다”

이번 개정안은 건설업 산업안전보건위 폐지뿐만 아니라 이밖에도 ‘개악’되는 내용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건설산업연맹은 의견서에서 “개정안에서는 재해율 산정 대상 기준에 있어서 ‘교통사고, 지병, 방화, 근로자 상호간 폭행 또는 타인의 폭행에 의한 재해자’를 재해자수 산정기준에서 아예 제외하고 있다”며 “건설현장에서는 각종 재해가 은폐되고 있는 가운데 은폐 방법으로 교통사고나 지병으로 인한 재해가 많다”며 개정안의 허점을 짚었다.

실제 건설현장뿐 아니라 중공업 등 사업장에서는 덤프트럭, 지게차 등의 건설기계 사고 등이 ‘교통사고’로 처리되는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과로사 등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개정안에서는 아예 재해율 산정기준에서 이같은 기준을 모두 빼버리겠다는 것으로, 산재은폐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비판이다.

이밖에도 건설산업연맹은 개정안에서 공정안전보고서 미이행 근로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키로 한 것에 대해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공정안전보고서 작성이 산업안전보건위를 통해 노사가 심의의결한 상태임을 전제로 한 것이나 현재도 건설노조나 건설노동자대표가 배제되고 있는데 그나마 건설업 산업안전보건위가 폐지된 상태에서 작성하고 이것을 근로자가 미이행 할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또한 건설산업연맹은 “매월 실시하는 안전교육을 반기별로 실시할 수 있도록 완화하는 것은 건설노동자에게 실시하는 안전교육에 대한 각종 편법과 미실시를 용인하게 되는 것”이라며 안전교육 완화에 반대했다.

한편 노동부는 지난달 25일 건설업 산업안전보건위를 폐지하는 대신 협의체로 대체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바 있다.

연윤정 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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