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량적 위험성 평가로 산재 ‘제로’에 도전
[레이버투데이 2006-05-26 16:25]
한국노총 산업안전본부가 “산업재해 발생률 제로에 도전하겠다”며 ‘정량적 위험성 평가’라는 새로운 산업안전진단 계획을 세웠다. 새로운 평가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모든 산업재해가 예방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관성화 된 산재예방 방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개선을 도모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정량적 위험성 평가’란 산재 잠재 요인에 대한 빈도와 강도를 측정하는 제도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기계 혹은 기구 등 각 사안별이 아닌 공정별로 위험성을 측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쉽게 말해, 프레스 공정에 있는 10대의 기계 중 1번과 2번 기계가 산업재해에 위험이 있다고 지금까지 평가해 왔다면 앞으로는 각 기계는 물론 공정 전체가 안고 있는 위험성의 빈도와 강도도 객관적인 수치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위험성이 높은 1번과 2번 기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집중하다 보면 전체적인 위험성은 오히려 누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별 위험도 측정은 고정돼 있는 기계뿐만 아니라 사람의 동선까지 포함된 평가가 가능하다는 게 산업연구소의 설명이다. 물론 정량적 평가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진단기간과 비용이 더 소모된다. 이를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산업안전 위험성 평가는 잠재된 위험요인을 위험도가 큰 순서대로 중점 관리하기 위해 수행하는 것이다. 지난 2000년 한국노총 산업안전연구소에 들어온 김광일 책임연구원은 6년째 이 일을 해 오고 있다. 그리고 그 동안의 고민을 정리해 올해부터 ‘정량적 위험성 평가’에 나서기로 했다.
25일 김광일 책임연구원을 만나 정량적 평가와 그것을 시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김 연구원은 “정량적 위험성 평가를 통해 기술 편향적이고 1회성 안전지원에서 벗어나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노조와 사업주들의 산업안전 예방에 대한 의식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
ⓒ 매일노동뉴스
– 정량적 위험성 평가란 무엇인가?
“잠재적인 위험요인이 사고로 발전할 빈도(횟수)와 강도(얼마나 크게 일어나는가)를 평가하고 위험도가 허용될 수 있는 범위인지 아닌지를 평가하는 체계적인 방법을 말한다. 산업재해 요인이 되는 유해와 위험의 정도를 재해의 중대성과 그 발생 가능성에 착안하여 정량화(수치화) 해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또한 위험성 수준의 평가 결과를 기초로 하여 개선 조치 필요성을 검토하고, 우선순위를 매겨 감소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다.”
– 왜 정량적 위험성 평가를 고민하게 됐는가.
“각 사업장에서 기계와 기구위주로 산업안전진단평가를 하고 1회성 지원에 머물다 보니까 전체적인 산업안전보다는 지적당한 그 사안에 대해서만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전체 사업장의 위험성 정도, 공정별 위험성 정도를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각 사안별이 아닌 전체 사업장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고민을 해 왔다.”
– 이런 방식은 어떻게 만들었는가.
“국내외의 위험성 평가 자료를 참고했다. 위험성 정도를 객관적인 수치로 파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안전진단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외부 평가원들 세 명과 함께 만들었다. 그 동안 안전진단을 하면서 느꼈던 문제점 등 함께 참고했다.”
– 안전진단은 얼마나,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1년에 약 50~60개의 사업장에 대한 안전진단을 진행하고 있다. 꼭 한국노총 사업장이 아니더라도 노조건 사용자건 신청만 하면 받을 수 있다. 한국노총 산업안전연구소가 국고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진단비는 무료다. 산업재해가 난 사업장은 산업안전공단에서 비용을 내고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는 만큼 장점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한다는 것도 장점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사업주들이 한국노총에서 안전진단을 받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 지난 6년 동안 안전진단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다.
“우리가 안전진단을 하는 곳은 대부분 중소기업들이다. 국고지원을 받아 무료로 하는 영세사업체를 주로 다닌다. 그러나 이같이 작은 사업장들은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의식이 적다. 오히려 보상 쪽에만 관심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다치고 난 후에 돈을 받으면 무엇하겠는가. 산업재해는 예방이 최우선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노조나 사업주의 의식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김봉석 seok@labortoday.co.kr
ⓒ1993-2006 매일노동뉴스 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