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변호사의 경제법 코치] 산재보험금 왜 깎을까

[헤럴드 생생뉴스 2006-06-16 08:38]

산재사고가 났을 경우 근로자의 과실이 있는 경우에 근로복지공단에서 지급할 산재보험금을 깎아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법률용어로 과실상계라고 합니다. 오늘은 어떤 경우에 사용자나 근로자의 과실이 인정되고, 과실은 몇 %가 인정되는지 여러 판례를 보면서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로 사용자가 제공한 작업장, 기구, 장비 등에서 하자가 있어서 이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 경우에는 판례는 근로자의 과실이 적다고 평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고층빌딩에서 유리창을 닦는 경우에 사용자가 안전로프를 지급하였는데 안전로프가 낡아 끊어져 추락한 경우 근로자의 과실은 10% 정도로 보고 있다. 근로자도 안전로프의 상태 등을 세심히 살펴서 사용자에게 로프를 교체하여 달라고 요구한다든지 함으로써 사고를 미리 방지할 의무가 있는데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10%의 과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같은 추락사고라도 용접공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신축공사 현장의 지하1층 기계실 사다리 위에서 용접작업을 하다가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지상으로 떨어진 경우에 용접공에게는 50%의 과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 경우 사용자는 안전모를 제공하지 않은 과실이 있지만, 용접공도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고, 안전모를 제공하여달라고 요구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또 목공이 사다리에 올라탄 상태에서 오피스텔 천장에 석고보드를 붙이다가 사다리가 옆으로 넘어지면서 바닥으로 추락한 경우 목공은 40%의 과실이 있다고 보았고, 솔잎흑파리라는 병균방제작업을 하던 중에 주사액투약작업을 하다가 산에서 발을 헛디뎌서 미끄러지면서 산아래로 굴러떨어진 경우에는 근로자가 75% 의 과실이 있다는 판례가 있다.
과실비율을 정하는 것이 판사의 재량사항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사안이라도 재판부에 따라서 과실비율은 바뀔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판례들이 각 분야에서 워낙 많이 쌓여있기 때문에 판사들이 되도록이면 기존판례에 따라서 과실비율을 맞추어서 판단하고 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이 추락사고, 금형공장에서 프레스기 등의 기계에 다치는 사고, 감전사고, 떨어지는 낙하물에 맞는 사고, 자신의 몸의 건강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되는 질병과 관련되는 사고, 화상,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디스크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 등이다. 금형공장에서 프레스기 작업을 하다가 손을 다치는 경우가 있는데, 프레스기는 철판을 찍어 눌러서 물건을 만드는 기계인데 여기에 손이 들어가면 손이 잘리거나, 마치 금속처럼 납작하게 압착이 되어 버린다. 이때는 대부분 사용자측이 안전교육을 충분히 못 시킨 잘못이 있고, 근로자 측에서도 안전장치를 끄고 작업하거나, 고장난 안전장치를 즉시 수리하지 않고 작업하다가 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용자 50%, 근로자 50%의 비율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가 몇 번이고 근로자에게 안전장치를 수리하라고 지시했는데, 근로자가 이것을 무시하고 작업하다가 손을 다친 경우는 근로자의 과실을 더 높여서 60%로 인정하고 있다.

이런 외부적인 요인 말고, 내부적으로 근로자들의 건강이 많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어 입사한 이후에 과중한 업무를 혼자 수행하면서 그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뇌출혈이 발생한 경우 근로자들이 업무량을 줄여달라는 요청을 사용자에게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무리하게 계속 일을 한 것도 20%의 과실이 있다고 보았고, 어떤 자동차회사의 부품연구소에서 변속기팀 연구원이 부품세척작업을 16년 동안 하였는데, 세척을 할 때 세척제에는 벤젠 성분 때문에 백혈병 바로 전단계인 골수 이형성 증후군이라는 병에 걸린 근로자가 작업환경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어야 하는데 그런 요구를 전혀 하지않고 건강을 볼보지 않은 것도 30%의 과실이 있다고 보았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100% 사용자의 과실이고, 근로자의 과실은 전혀 없을 것 같은데도 이렇게 근로자의 과실이 상당부분 인정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근무환경개선 부분에 대하여는 근로자들이 스스로 사용자에게 요구하여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고, 자신을 보호해야 할 의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김병철 변호사(bprint21@hanmail.net, 법무법인 해미르 536-1600)

–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