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7명씩 죽어가는데 보험료를 줄이겠다고?
[참세상 2006-07-04 16:57]
민주노총, 산재환자단체들 한 목소리로 “산재 관련 법안 개악 반대”
이꽃맘 기자
앞에서는 “산업안전이 경쟁력”… 뒤에서는 비용절감 산재법 개악
노동부는 3일부터 8일까지를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으로 잡고 “산업안전보건이 경쟁력”이라며 각 종 행사를 개최하는 등 유난을 떨고 있지만 뒤로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악하려 해 민주노총을 비롯한 산재환자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 4월 노동부와 함께 산재보험제도개선협의회 설치를 합의했으나, 한 달 만에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후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지 않는 노사정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하기로 해 의도적으로 민주노총을 배제하고 산재 관련 법안 개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산재환자 단체들이 노사정위원회에 참관을 요구했으나 이도 거부되었으며, 민주노총과 산재환자 단체들이 제기하고 있는 △재가 진폐환자 문제 △선치료 후정산 문제 △심사평가원 독립 문제 △원직자 복귀 문제 등의 의제들이 빠진 채 현재는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부의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정부는 △산재보험재정 부족을 이유로 휴업급여를 지급을 2년으로 제안 △55세를 기준으로 65세까지 50%수준으로 장해연금 감액하는 등 전체 연령대에 임금슬라이드제 △개별실적요율제 확대 등을 중심으로 산재 관련 법안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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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되어 있는 진폐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원진산업재해자들
이에 4일, 민주노총에서는 산재환자 단체들에서 당사자들이 직접 나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재가진폐협회와 원진산업재해자협회,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정부의 산재 관련 법안 개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제조업 대비 10배의 노동강도에 시달리며, 전 산업 대비 사망재해율이 최고를 달리는 탄광노동자들을 대표해 나온 주응환 한국재가진폐협회 회장은 “진폐환자들은 아직도 수 만 명이 직업병으로 인정도 받지 못한 채 재가 진폐환자로 남아있다. 말이 좋아 재가 진폐환자이지 사실상 방치되어 있는 것”이라며 “돈이 없으면 그나마 의료적 혜택도 받지 못하고 그대로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진폐환자들의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80년대 이황화탄소(CS2)에 집단 중독된 노동자들의 직업병의 실태를 알렸던 원진레이온 사태의 피해자들도 목소리를 냈다. 한창길 원진산업재해자협회 위원장은 “현재 900여 명의 중독자가 산재요양 중이며, 매년 상태가 악화되어 육체적, 심적 고통을 견디다 못한 회원들의 자살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하고, “원진을 비롯한 산업전선에서 온 몸을 던져 일하다 희생당한 산재인들이 국가로부터 버림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폐기처리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주응환 한국재가진폐협회 회장과 한창길 원진산업재해자협회 위원장(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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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관련 법안 개악은 반 노동자적 행위“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근 정부가 건설업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폐지하려고 하는 것이나, 이제 겨우 시행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직업서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 조사’도 폐지하려고 추진하고 있는 것 등은 정부정책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하고, “열악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저부는 산재보험재정을 이유로 보험급여를 축소하려고 하는 등 사회보험의 취지에 역행하는 개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며 “반 노동자적인 개악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노총은 5일 국회 앞에서 ‘산안법, 산재법 개악저지와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투쟁 선포식’을 열고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은 ILO가 2004년 각 국의 산재발생 수, 노동안전보건 관련 예산, 법제도 등을 고려해 평가한 노동안전보건지수에서 최하위권인 47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국내 통계보고를 보더라도 산업재해로 인해 하루 7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있으며, 100여 명의 노동자가 신체 장애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