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교통사고보다 심각하다

[내일신문 2006-07-0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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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영세업체·신입직원이 주된 피해자 … 가정파괴·경제손실 커 대책마련 시급

가장 후진국형 사고 가운데 하나가 산업재해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년간 산업재해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지난해 산업재해가 소폭 줄었지만 아직 감소추세가 정착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정부는 매년 7월 첫 주를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으로 설정하고 산업재해 예방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도 다양한 행사와 홍보활동이 계획돼 있다.

산업재해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관련 기관의 산재 줄이기 노력 및 모범사업장, 올바른 산재예방대책에 대한 노동부 장관의 제안을 싣는다.

산업재해의 피해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005년 산업재해가 전년대비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매년 2500명 안팎이 산재로 산업현장에서 죽어가고 있으며, 최근 10여년 동안 2만6037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이는 매일 7명 이상의 근로자가 산재로 사망하는 것이며, 그 심각성은 교통사고 피해를 넘어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장년 사망 높아 가족위기 초래 = 지난해 통계를 보면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람이 2493명이며, 교통사고 사망자는 6376명이다.

하지만 사고의 대상이 산업현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산재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통사고를 단순비교할 수 없다. 오히려 1만명당 사망건수는 산재가 2.5명, 교통사고는 1.3명으로 산재가 훨씬 많다.

산재로 사망하거나 중대재해를 입은 경우 정부나 관련 기관들이 유가족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없다.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공단 홍보팀 관계자는 “산재 사망자의 77%가 중장년층 가장에게서 발생한다”며 “산재는 가족을 해체시키고 사회 불안정을 초래하는 직접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손실도 심각하다. 지난해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무려 15조 1290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경제적 손실은 매년 인천국제공항을 2개씩 건설할 수 있는 막대한 규모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국민경제에도 커다란 타격이다.

◆월요일 오전 10~12시 빈발 =

산업재해의 특징을 분류하면 대부분 50인 미만의 영세중소사업장에 집중돼 있다. 이들 사업장의 산업재해 비중은 지난해 70%를 넘어서 1999년 62%에서 8%포인트 높아졌다.

이처럼 영세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대체로 이들 사업장이 안전보건 시설이 미흡하고, 전문가도 없으며, 안전과 보건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산재의 유형은 기계 등에 끼이거나 감기는 협착, 추락, 충돌 등에 의한 재해가 전체의 74.5%에 달하며, 요사이 근골격계질환이나 심혈관계질환 등 이른바 선진국형 직업병이 증가하고 있다.

산업재해를 당하는 근로자의 경력은 입사후 6개월 미만의 신입직원이 46.6%로 압도적이어서 관련 기계나 작업장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발생 요일은 월요일이 16.7%로 가장 높고, 금요일이 16.4%로 뒤를 이어 주초반이나 후반 긴장이 다소 해이해질 수 있는 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대별로는 오전 10시~12시 사이가 24.3%로 가장 잦았다.

◆예방만이 가장 확실한 대책 =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확실한 예방대책이 중요하다. 정부는 산업안전공단 등 관계기관을 중심으로 예방에 주안점을 두고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선 영세사업장에 대한 재해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떠나는 일터에서 돌아오는 일터’라는 기치아래 ‘클린(Clean) 사업장’ 조성지원을 통해 영세사업장의 작업환경에 적극나서고 있다.

올해 6월까지 모두 2만7848개 사업장에 2824억원의 자금이 지원됐다.

50인 미만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는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이 사업은 작업환경 개선을 통해 산재감소와 함께 3D사업장을 기피하는 청년 취업자의 취업을 통해 중소기업의 구인난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학회가 지난 2004년 12월까지 클린사업 지원을 받은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35.4%의 산재감소 효과와 14.5%의 추가 고용효과, 27.0%의 매출액 증가 효과 등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안전공단은 또 고령·여성·외국인 근로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산재예방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다. 기업의 자율적인 안전관리체계의 수립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기업내 위험성 평가 기법을 보급하고 ‘KOSHA 18001’이라는 인증사업을 통해 종합적인 자율안전체제의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도 강화한다. 전세계적으로 10만여종의 화학물질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마다 2000여종의 화학물질이 새롭게 도입되고 있는 현실에서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이 필요하다.

지난해 초 태국근로자 8명이 노말헥산에 중독돼 피해를 입는 등 화학물질 단속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길상 산업안전공단 이사장은 “기업경영의 목적이 단순히 이윤추구를 넘어 사회적·윤리적 책임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안전보건이 개인이나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공동책임의 문제로 인식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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