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F 중독사망 때까지 뭐했나

노동부, 부산 P병원 ‘엉터리 진단’ 특수건강진단기관 지정취소

지난 4월 부산서 한 이주노동자가 유해화학물질인 디메틸포름아미드(DMF)를 취급하다 중독 사망한 사건에 대해 노동부는 “부산 P병원이 엉터리 건강진단으로 해당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최종 결론을 내리고 해당 병원에 대해 특수건강진단기관 지정취소를 했다. 국내에서 건강검진기관이 지정취소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건강한 노동자, DMF 취급 80일만에 사망

13일 노동부에 따르면, 부산 P병원은 지난 2월27일 부산 녹산산단 한 피혁업체의 중국동포 산업연수생인 김아무개(33)씨의 특수건강진단을 실시, 김씨가 간기능이 현저히 악화돼 DMF 취급이 불가능한데도 근무가 가능하다고 판정을 내렸다.

결국 김씨는 DMF 취급 작업을 계속함으로써 DMF 취급 업무를 한 지 80여일만인 4월29일 DMF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 김씨는 입국 시 신체검사에서 건강하다는 정상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DMF는 간기능에 치명적 손상을 미치는 직업병을 유발하는 유해화학물질이다.

노동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역학조사 등을 거쳐 “P병원은 DMF의 인체 내 흡수량을 확인하는 요중 NMF 검사시 규정을 위반해 실시했고 그 결과를 근거로 ‘근무중 치료’ 소견을 제시하는 등 특수건강진단 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무시한 판정을 했다”며 “사건의 조사과정에서는 사업장에 송부한 건강진단결과 개인표와 다른 결과표를 허위작성·제출하고 문진을 하지 않고 문진결과를 ‘정상’이라고 표시하는 등의 법위반 사실이 확인됐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P병원에 대해 특수건강진단 결과를 잘못 판정, 독성간염으로 사망한 데 따른 책임을 물어 오는 15일부터 특수건강진단업무를 할 수 없도록 지정취소 했다.

노동부는 “특수건강진단기관 지정취소는 처음 있는 일”로 “앞으로 도덕적 해이 등에 의한 검진기관의 부실 건강진단으로부터 근로자 건강권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앞으로 특수건강진단기관에 대한 지도·점검을 강화해 부실검진기관은 지정취소 하는 등 강력히 조치할 계획도 밝혔다.

또한 사업주에 대해서도 현재 검찰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소홀히 했는지 여부에 대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으로 조속한 시일 내 엄중 사법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부의 유해물질사업장 감독 부재가 문제”

그러나 이번 조치에 대해 노동·건강단체들은 노동부의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에 대한 감시·감독의 부재가 불러 온 사고라며 노동부를 질타하고 나섰다. 건강한 노동자가 DMF를 취급한 지 80일만에 사망할 때까지 노동부는 뭘 했냐는 것이다.

이서치경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은 “노동부가 특수건강진단기관의 지정취소를 했다고 해도 결국 사업주나 P병원이나 노동부 모두 공범”이라며 “노동부가 제대로 감독을 안 했다는 것으로 재발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의료기관 지정취소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것. 그는 “P병원은 지정취소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이 마땅하며 사업주는 노동자를 유해화학물질로부터 방치했다는 점에서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하며 노동부는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점에 대해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사업장의 경우는 과거에도 노동부로부터 DMF 중독 사례가 적발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그렇다면 노동부는 과거 ‘죄질’이 있는 사업장에 대해 간수치가 안 좋아진 노동자는 없는지, 이직한 노동자 중 중독자는 없는지 등 확실하게 데이터를 추적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강력히 성토했다.

또, 이 사건에 대해 부산지역에서 모니터하면서 노동부 항의방문 등을 했던 노동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중소영세사업장에 대한 관리시스템의 부재”라며 “중소영세사업장에 유독물질이 200~300여개가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해당 사업장에서들은 보호구도 없이 용기에 직접 손을 넣고 취급하는 사례들도 많은 데 얼마나 감독이 되고 있느냐”고 역시 노동부를 질타했다.

그는 “건강검진체계의 문제도 있겠지만 사고가 나기 전 유독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한 현황파악을 제대로 하고 초동단계부터 예방할 수 있도록 관리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는다면 결국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산업보건환경팀 한 관계자는 “노동부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일리가 있다”며 “앞으로는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판정을 비롯해 작업장 점검과정에서 문제가 제대로 걸러질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할 계획에 있다”고 밝혔다.

연윤정 기자 yon@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