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노동부의 상반기 산재발생률 발표에 대하여
– 정부는 정확한 분석에 근거하여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
노동부는 지난 8월 21일 올해 상반기 산재통계를 발표하였다. 그 결과를 요약하면 산재발생률은 0.38%로서 전년 동기 대비 0.03% 포인트(8.57%) 증가하였으며, 사망만인률은 1.22로서 전년 동기 대비 0.14 포인트(10.29%) 감소하였고, 업무상질병만인률은 2.72로서 전년 동기 대비 0.34 포인트(14.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노동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만을 가지고 이에 대한 분석을 행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지적할 수 있다.
1. 노동부의 산재 통계 분석이 엄밀하지 못하다.
이번 통계의 경우 작년 동기에 비해 변화된 것이 많으므로 통계 수치를 기계적으로 비교하여 증감을 논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노동부가 지적한 대로 산재보험의 적용 확대로 인하여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대폭 산재 통계 내로 들어오게 되면서 이들의 산재발생률이 전체 발생률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경견완장애, 직업성요통, 뇌심혈관계 질환의 증가는 실제 그 질환의 발생의 증가라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산재의 개념이 넓어지면서 그러한 질환이 산재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노동부가 앞서 발표한 자료에 근거한다면 산재 은폐가 감소한 것도 이 통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고려하면 노동부가 이번에 발표한 산재발생률은 실제 산재 발생보다는 다른 외부적 요인(통계적 요인, 적용 범위에 따른 요인 등)이 더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생각할 여지도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하여 전년 동기 대비 재해자수가 30.67% 증가한 것으로 발표하였는데 심하게 말하면 이러한 수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지난 2000년 7월 이후 산재보험 적용대상의 확대로 인하여 산재 통계 대상 자체가 확대되었기에 당연히 증가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정확한 분석에 근거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노동부는 불완전한 통계이지만 이 통계에 근거하여 재해 증가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일단 노동부가 통계 수치의 결함을 내세워 실제로 현장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산재 문제에 대한 대책을 방기하려 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서는 특별히 무어라 말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하였던 바와 같이 산재 정책의 기본이 될 만한 산재 통계의 작성 및 분석에조차 허술하고 안이하게 접근하는 노동부가 과연 제대로 된 대책을 내어놓을 것인가에 대하여서는 회의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몇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노동부는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로서 노동자들에게 신뢰를 주기를 바란다. 노동자들은 그간 이루어진 정부의 행태에 대하여 불신하고 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산업안전보건 부문의 규제 완화를 통하여 기업의 이해만을 대변하여 왔고, 최근 잇따른 사고 사망 빈번 사업장에 대하여서도 행정력, 사법권 사용을 기피하여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노동자들이 노동부의 대책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 반문하고 싶다. 둘째, 대책을 세우려거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기를 바란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대책에 더 이상 노동자들은 속지 않는다. 그리고 변죽만 울리는 대책도 원하지 않는다. 대책을 세우려거든 증가하고 있는 산재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고, 그것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여 대책을 세우기를 바란다. 기업의 눈치를 보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대책을 마련하려 한다면 그것은 필경 겉만 번지르르한 대책이 될 것이다. 책임이 있는 기업에 대하여서는 책임을 확실히 그리고 실질적으로 물리는 방향으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번 통계 자료는 작년과 비교하여 여러 가지 다른 점들을 가지고 있기에 작년과 기계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므로 노동부는 단순히 이 통계에만 의존하여 하반기 대책을 강구하여서는 안된다. 가령 사업장 규모별, 업종별 산재발생률, 사망만인률 등의 자료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것들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정작 중요한 사실이 전체에 뭉뚱그려져 실제 사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많다. 또한 당연히 더욱더 중요한 것은 불완전한 통계가 아니라 현장 노동자들의 현실 인식임을 주지하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기를 바란다. 노동자들은 다치고 죽어간 동료들을 기억하고 있다. 노동부가 이번에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 우리는 앞으로 정부 대책의 과정과 그 실효성을 성실히 평가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눈을 부릅뜨고 노동부의 다음 수순을 주시하고 있다.
2001. 8. 22
노동건강연대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