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석면 노출기준 강화는 시작일 뿐이다.
– 노동부의 석면 정책 관련 발표에 부쳐

1. 노동부 지난 10월 10일 ‘화학물질 및 물리적 인자의 노출기준’을 개정하여 2003년 1월부터 석면의 작업환경 노출기준을 현행 2개/cm2에서 0.1개/cm2로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한편 노동부 관계자는 “석면으로 인한 직업병 환자가 점차 늘어 석면의 제조나 사용허가를 받은 전국 39개 사업장 가운데 개정 노출기준을 초과하는 곳에 대해서는 시설자금 융자 등을 통해 작업환경 개선을 유도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2. 우리는 비록 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노동부의 이러한 방침에 대하여 환영한다. 그러나 석면과 관련된 대책은 작업장에서의 노출기준 강화로만은 해결될 수는 없는 것이다. 보다 광범위하고 발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3. 석면함유제품 취급사업장에 대한 실태 파악과 관리가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에 의해 석면의 제조와 사용은 허가를 받도록 되어있고 이 허가사업장에 대해 작업환경노출평가와 관리가 되고 있다. 하지만 2001년 상반기 현재 대상사업장은 39개소로 석면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제조업만이 해당되고 있다. 다시 말해 석면을 취급하는 대다수 노동자가 종사하고 있는 ‘석면함유제품 취급 사업장’에 대한 관리는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하철역사 냉난방기 교체작업 노동자, 불티방지용으로 석면포를 사용하는 용접 노동자, 재건축현장에서 석면단열재를 뜯어내며 작업하는 건설노동자, 석면함유 브레이크를 수리하는 자동차정비 노동자, 석면을 단열보호재로 쓴 선박을 수리·해체하는 조선소 노동자 등의 석면 노출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들이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97년 노동부는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석면함유제품 취급사업장에 대한 관리를 밝혔으나 별 변화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4. 석면 사용과 유통에 대한 총체적 파악과 관리가 필요하다.
90년대 초 석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시설기준이 강화되어 영세 석면제조업체가 해외로 이전되어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석면포의 100%는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다. 하지만 수입과 유통, 사용에 대한 파악이 잘 되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그러므로 작업환경노출기준 강화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허술한 석면관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석면(함유제품)의 수입과 유통, 사용에 대한 총체적 파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관세청 등의 협조를 받아 석면을 수입, 판매하는 업체를 추적조사하고 업체 중 석면을 불법으로 사용하거나 유통시키는 곳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석면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5. 석면 노출 고위험 노동자에 대한 건강대책이 필요하다.
그간 알게 모르게 석면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많은 노동자군이 존재한다. 이들에 대한 지속적이고도 종합적인 건강대책이 요구된다. 현재 서울지하철노동조합과 환경운동연합 등이 ‘푸른 생명의 작업장’ 캠페인을 벌이며 ‘석면 철거작업’ 경력이 있는 노동자의 접수를 받고 있는데, 정부는 의지를 가지고 대규모로 석면 노출 노동자에 대한 파악과 특별검진, 건강대책 마련하여야 한다.

6. 석면 문제는 비단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석면 노출에 의한 건강 문제는 비단 석면함유 제품을 취급하는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전에 석면을 함유한 제품을 사용한 건축구조물의 재건축 과정을 통해 대기 중에 함유되게 되는 석면은 일반 시민들에게도 건강상의 위해를 줄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석면의 건강 위해의 규모와 그 심각성을 우리는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더욱 석면에 대한 정책은 철저하고 광범위하여야 하는 것이다.

7. 정부의 석면대책이 문제가 발생하고 여론이 들끓으면 이를 잠재우기 위한 무마용이 아니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미 97년 석면으로 인한 직업병 환자가 몇 명 발생하자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여 무언가 해보려는 듯 했으나 이후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며 흐지부지 되었던 정부의 행보를 경험한 바 있다. 이번 노출기준 강화계획도 올 4월 지하철 노동자의 석면 노출에 의한 폐암 발생으로 고조된 석면관리요구에 대한 정부의 면피용 방어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워버릴 수 없다. 그러므로 정부는 법·제도의 정비와 함께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이에 대한 정책을 집행하여 우리의 의심을 불식시켜 주기를 바란다.

2001. 10. 17

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