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업장 명단공개하면 기업에 타격이 된다고?
– 안전조치 안 해도, 노동자가 죽어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 기업활동의
천국에서!
1. 노동건강연대(공동대표 임상혁·주영수)는 지난 11월 9일, 대한상의가 산재다발 사업장을 관보와 인터넷에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정부안에 대해, ‘경고조치 이후 개선조치가 미비할 때 공개해야 한다’며 명단공개 수위를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와 관련, 그 뻔뻔함을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다.
2. 올해 들어 계속 발생하는 대형 참사로 노동자들의 사망이 연일 기사화되고, 산재문제의 심각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에서,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기업의 투자가 전무하다는 사실에 대해 반성하지는 못할 망정, 산재사업장이라고 명단을 공개하면 기업에 타격에 된다고 엄살을 떨다니, 도대체 산재가 ‘다발’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것인가, 산재를 숨길 수 있음에도 숨기지 못한 ‘게으름’이 부끄러운 것인가.
3. 그동안 일어난 수많은 산재사망사고, 중대재해가 상식적인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는 상태에서 일어난 원시적인 사고가 대다수였음에도, 이에 대해 아무런 개선노력이 없던 기업들이 정부의 경고를 받으면, 개선조치를 시행한다니, 노동자들의 항의와 집회, 환경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 정부의 수많은 ‘점검’과 ‘조치’ 들은 “경고”가 아니라서 사망사고와 중대재해가 줄지 않았다고 이해하면 되는가.
4. 지난해, 적발된 산재은폐 건수는 2,654건에 이른다. 실제는 얼마나 많은 기업이 산재를 은폐할지는 경영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산재사망이 3건 이상 일어난 사업장에 대해 검찰에 구속수사를 요청한다는 이른바 ‘삼진아웃제’도 전시용 수사였음이 드러났으며, 지난 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입건한 4,391개 사업장 8,124명의 사업주 중 구속수사 5개 사업장 10명
(위반자 대비 구속자수.00123%) 이라는 수치를 보더라도 이 나라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무시해도 좋은 ‘기업활동의 천국’이라는 것을 부인하지는 못한 것이다.
5. 대우조선이나, 현대미포조선, 호남석유 같은 재벌기업에서 올해 잇따라 대형 산재사고가 일어났지만, 재벌기업이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작업환경개선을 하였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설사 산재다발 사업장의 명단공개가 치명적 타격이 된다 해도 -그만큼 우리사회가 노동자의 인권과 생명을 배려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소홀히 한 기업경영으로 이윤을 낸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할 것이다.
6. 정부 역시, 명단 공개, 즉 행정법상의 공표는 법률상의 명확한 근거 규정 없이도 허용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대단히 새롭고 효과를 낼 수는 있는 정책인 양 발표하여, 겉만 번지르르 하게 ‘포장’한 혐의를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명단 공개는 사실상 그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는 피상적 제재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그나마도, 기업의 엄살과 로비에
명단공개 입장마저 후퇴한다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정부는 보다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하기 위한 사업주 처벌강화 정책을 내놓아야만 한다.
7. 노동건강연대는, 계속되는 산재사망과 중대재해에 대하여 사업주의 처벌이 실질화되고, 제재가 강화되어 ‘산재를 일으키는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치명적 타격을 입는’ 성숙한 사회가 될 때까지 정부와 기업의 산재예방정책을 주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