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독성 간염 집단 발병에 대한 역학 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노동부는 지난 11월 22일 울산 소재 산업용 폐기물처리업체 노동자 6명(사망 1명, 입원 2명, 외래 3명)에게 발생한 독성 간염에 대해 실시 중인 역학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사망자 1인을 포함한 3명의 노동자는 독성 간염, 1명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2명의 노동자에 대하여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독성 간염은 간에 영향을 주는 물질이 체내에 들어감으로써 간이 파괴되어 피로, 황달 등의 증상을 나타내며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는 질환이다. 아직 역학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의 독성 간염이 직업과 관련된 화학물질에의 노출로 인한 것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여러 정황을 살펴보았을 때 그러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동부도 중간 발표에서 문제가 된 산업폐기물 처리업체가 다루는 물질 중에 강력한 간독성물질인 사염화탄소(CCl4) 및 디메틸포름아미드(DMF) 등이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그로 인한 독성 간염 발병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일단 독성 간염 집단 발병의 원인에 대한 역학 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인지가 밝혀진 이후 그에 따른 대책 또한 철저히 세워지기를 바란다. 또한 발병의 원인을 찾는 데 있어 그것이 산업폐기물 속에 함유되어 있는 간독성 물질 때문이었다고 단순히 선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간독성 물질이 어떠한 이유로 인하여 그 노동자들에게 과다노출 되게 되었는가를 포함하여 보다 발본적인 원인 규명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러한 사건은 일명 ‘파수꾼’의 역할을 하는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하여 충실히 조사하여 원인을 밝힘으로써 다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조사 및 평가 과정을 통하여 우리나라 유해화학물질 관리에 있어 문제가 되는 요소들을 명확히 밝혀낼 필요가 있다. 신종 화학물질의 유해성 검사 등의 문제와 더불어, 법과 제도의 뒤안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유해화학물질 폐기의 과정은 그 작업을 행하는 노동자의 건강 뿐 아니라 주위의 환경 및 그로 인한 인근 지역 주민의 건강에까지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더불어 노동부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독성 간염에 이환된 환자의 대부분이 용역 업체에서 파견된 파견 노동자들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그들의 비정규 고용 형태가 불법적인 노동 조건을 감내하도록 강제하지는 않았는지 여부도 철저히 조사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더욱 위험한 노동 조건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조치들도 강구되어야 한다.

2001년 11월 23일

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