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는 직업성 암에 대한 관리대책을 마련하라

최근 25년간 벤지딘염에 노출된 노동자가 방광암에 걸려 근로복지공단에 낸 산업재해 요양 신청이 인정되었다. 그리고 이 노동자의 발병 원인 추적 과정에서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던 동료 노동자도 같은 질병이 발병해 자살한 사실도 확인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직업성 암 문제가 사회적으로 떠오른 것은 최근의 일이다. 석면에 노출된 배관 작업 노동자의 중피종 혹은 폐암, 벤젠에 노출된 도장 작업 노동자의 백혈병 등이 1990년대 말부터 간간히 산업재해로 승인되며 사회의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그 이후 아직까지 직업성 암에 대한 사회적 대응은 더디고 불완전한 형편이다.

1990년대 말 이후 직업성 암으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고 있는 예가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1년에 40-50례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직업성 암 환자의 극히 일부이다. 외국의 여러 연구에 의하면, 직업으로 인해 발암 물질에 노출되어 발생되는 직업성 암은 전체 암의 4-5% 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해에 10만여 명의 암 환자가 새로이 발생하고 있고, 한 해에 6만 5천 명 정도가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한 해에 4-5000명의 직업성 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한 해에 2400-3200명 가량이 직업성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드러난 규모에 비해 엄청난 수의 환자들이 수면 밑에 잠복해 있는 것이다.

이번 사안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엄청난 규모로 잠복되어 있는 직업성 암 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리 방안은 전무한 실정이다. 작업 중에 자신이 노출되는 물질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정보를 제공받은 이들도 없고, 퇴사 후 정기적으로 암 발생에 대해 추적 관찰된 예도 거의 없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직업성 암 환자들은 자신의 암이 직업으로 인한 것인지도 모른 채 죽어가고 있다.

직업성 암은 질환의 특성상 발암 물질에 최초 노출된 이후 적어도 20-30년이 지난 후 발병한다. 우리나라에 화학산업이 활성화된 것이 1970년, 80년대임을 고려하면, 이제부터 석면에 의한 암을 포함하여 직업성 암 환자들의 발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정부는 이제라도 과거에 발암물질에 노출된 노동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여 이들에 대한 추적 조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직업성 암이 발병한 이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산재보상 체계 내에서 직업성 암으로 산재보험 요양 승인을 받기는 하늘에 별 따기보다 더 어려운 현실이 고쳐져야 한다. 직업성 암은 환자 자신이 인지하여 산재보험을 신청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질병임을 감안하여, 보다 많은 직업성 암 환자들이 진입장벽 없이 산재보험으로 요양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현재에도 발암 물질에 노출되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에 대한 직업성 암 예방 관리 방안을 당장 제시해야 한다.

2006. 1. 4
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