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터질 것이 터졌다. 석면에 의한 암 발생 피해 실태조사를 당장 실시하라

1.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7월 16일 보도를 통해 부산 연산동에 살았던 지역 주민이 다른 지역 주민에 비해 악성중피종에 걸린 환자가 11배 많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이 지역에는 지난 1992년까지 국내 최대 규모의 석면 방적 공장이 있었다. 이 공장에서는 석면 원료를 이용해 석면포와 각종 마찰재, 보온재 등을 생산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밝혀진 바, 이 공장 주변 2km 반경 내에 거주하였던 주민들 중 11명이 석면에 의한 질병인 악성중피종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다른 지역 주민의 발병률보다 11배나 높은 것으로 우연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는 명백히 공장에서 날린 석면 먼지를 지역 주민이 마셔서 생긴 ‘환경병’인 것이다.

2. 우리는 이미 지난 5월 일본 석면피해자와의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에서도 이러한 사태가 조만간 발생할 것을 예견한 바 있다. 석면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 뿐 아니라 그 인근의 지역주민에게도 악성중피종과 같은 끔찍한 질병의 집단 발병이 확인될 것은 너무나도 뻔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3. 이미 옆나라 일본에서는 지난 2005년 구보타 공장의 인근 지역 주민에게 석면으로 인한 악성 중피종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후 ‘구보타 파동’으로 불리는 사회적 혼란이 발생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2006년 한 해에만 3000여명이 석면으로 인한 악성중피종 및 폐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4. 한국은 지난 1990년대까지 광범위하게 석면을 수입, 가공, 사용한 나라이다. 그러므로 석면 관련 질환의 잠복기가 2-30년인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많은 환자가 집단 발병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므로 정부는 당장 과거의 석면 광산 및 공장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그 인근 지역 주민의 건강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

5. 정부는 지난 7월 3일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여기에는 석면으로 인한 지역주민 피해에 대한 조사 및 보상 대책이 빠져 있다. 지금 현재의 체계상으로는 석면으로 인한 지역 주민 피해자들이 자신의 질병이 석면으로 인한 것임을 알 도리도 없고, 알더라도 그 누구에게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일본의 경우에는 특별법을 만들어 이들에 대한 보상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 한국도 하루빨리 이들에 대한 보상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6. 석면으로 인한 건강 피해는 광범위하고 치명적이다. 그리고 석면 피해는 가해자가 있는 피해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앞으로의 건강 피해를 줄일 방안을 강구함과 동시에, 기존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이들의 건강 피해를 정당하게 보상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2007. 7. 18

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