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산재예방기금 폐지와 산재보상기금의 증시투입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

최근 우리는 기금관리의 일원화라는 명목아래 산재예방기금을 폐지하려는 정부와 여야의 작태를 보면서 다시 한번 이 정권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정리해고와 노동운동의 탄압에 이어 이제는 신성한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몇 푼의 예방기금마저 앗아가 버리고자 하는 정부의 작태는 보면서 현정권이 최소한의 상식조차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산재예방기금은 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마련된 산재보상기금의 5%를 떼어낸 것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의 담보물인 것이다. 산재나 직업병은 한번 당하면 영원히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사전예방이 중요하며 사회정의로 보나 국가경쟁력 측면으로 보더라도 산재예방은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 책무이거늘 먼저 정부가 스스로 산재예방기금의 확대를 위해 노력하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현존하는 산재예방기금마저 폐지하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일천만 노동자에 생명과 건강과 관련된 중차대한 사안을 이해당사자인 노동자와 국민의 동의를 구하기는커녕,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밀실에서 처리해왔단 말인가?

더구나 정부는 산재보상기금을 거덜난 증시에 투입하겠다고 하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발상까지 하고 있다니 우리는 더 이상 좌시하고 있을 수만 없어 천만 노동자, 아니 사천만 국민과 함께 온몸으로 투쟁해 나갈 것을 결의하기에 이르렀기에 이를 천명하는 바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산재보상기금은 분명히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하는 최후의 기금으로 엄연히 천만 노동자의 재산이다. 산재보상기금을 증시에 쏟아 붓는다는 곧 산재보상기금의 부실과 고갈을 불러온다는 것은 이미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산재보상기금을 증시에 투입하고자 하는 정부의 행위는 심각한 노동자의 재산권의 침해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이것은 우리의 병원비나 약값을 가로채 증시에 투자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에 우리는 천만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은 물론 관련 책임자의 처벌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이 정권이 들어선 이후 거꾸로 산재가 증가하고 중대재해가 급격히 늘어나는 반역사적 흐름을 냉정히 직시하고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신음하며 쓰러져 가는 노동자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노동자가 살아야 경제도 살고 나라도 산다. 더 우리는 이상의 어디로 물러서란 말인가? 더 이상 실책을 범하지 말고 당장 산재예방기금의 폐지논의를 전면 중단하고 이와 관련된 모든 논의를 백지화하라.

2001. 4. 25

노동건강연대(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