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석면에 대한 총체적 관리 대책을 수립하라
– 서울시 지하철역 석면 검출 결과에 부쳐 –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지난 24일 발표한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도움으로 지하철 역사의 건축 자재 및 공기를 분석한 결과, 시청역에서 석면재료인 갈석면이 검출되는 등 석면 사용 사실이 드러났고, 지하철역 3곳의 공기 중 석면농도를 측정한 결과 시청역 1곳에서 석면 검출량이 미국의 실내환경기준치(0.01개/㏄)보다 최고 2.6배나 초과되었고, 11곳 가운데 4곳이 미국의 환경기준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책임 있는 행정기관이라면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 제기되는 의혹에 대하여 성실히 그 진위 여부를 가리고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하철역 내 석면의 존재에 대하여 그간 많은 의혹이 제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그 존재를 부인해 왔다. 또한 노동부도 석면 사용 작업장의 실태 파악이 부실하였고, 더불어 석면 사용 작업장의 환경 및 노동자 건강 관리에 대한 감독이 소홀하였다는 질책을 들을 만하다.
석면은 석면폐증, 폐암 및 중피종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발암 물질이다. 이전 시기 건축물의 단열재로 많이 사용되어 왔던 석면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건강 위해로 인하여 사용 금지되는 추세이며, 석면에 다량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노동자들에 대한 세밀한 건강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고려하였을 때 서울시민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지하철역에서 석면이 적지 않은 농도로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또한 노동시간 내내 석면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지하철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훨씬 그 문제가 더 심각하다. 그러므로 서울시는 이제라도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으려는 생각을 버리고, 시민, 노동자, 전문가와 함께 지하철역 공기 오염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석면의 사용 및 그 부적절한 처리는 비단 서울시 지하철역의 문제만은 아니다. 건축 자재에 석면이 적지 않게 사용되어 왔고 현재도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는 바, 이 기회에 석면에 대한 총체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석면의 수입 및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효용이 큰 물질이라도 인간의 건강에 이와 같이 해를 주는 물질을 더 이상 사용해서는 안된다.
둘째,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석면 사용 실태에 대하여 전면적인 조사를 시행하고, 이의 결과에 대하여 시민과 노동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시민, 노동자, 정부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이제까지 석면 노출에 의한 건강 피해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장기간 높은 농도로 노출되었을 것이 의심되는 노동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역학 조사가 필요하다.
진실을 은폐하는 데서 지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정부는 시민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땜질식 처방으로 무마하려는 시도는 더욱더 위험하다. 석면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총체적인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2001. 4. 26
노동·건강·연대(준) /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