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하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1. 건강보험 재정위원회는 현재 지역 및 직장 가입자의 보험료율 조정과 2002년 수가 계약을 위하여 논의 중인데, 정부는 현재 여기에 보험료율 9% 인상안을 내어놓았다고 한다. 올초 건강보험 재정 위기가 공론화된 이후로 정부가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화’를 위하여 시행한 정책들과 이번 보험료율 인상안을 통틀어 보았을 때, 우리는 정부가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화를 위하여 편파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 정부는 일찍이 5·30 대책을 통하여 노동자가 병원 및 약국에 가서 직접 내야하는 본인부담금을 인상시켰고, 보험 급여에 포함시킬 계획이었던 초음파, MRI 등의 항목의 급여를 무기한 연기하였으며, 보험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날짜도 365일로 제한하였다. 이는 그동안 건강보험 재정의 위기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큰 폭으로 제한 당한 것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권리 제한으로도 모자라 노동자들에게서 돈을 더 걷어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3.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건강보험 재정 건실화를 위하여 기업주, 정부, 의료공급자 모두가 정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납득할 만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건강보험 재정을 위하여 노동자들만이 부담을 감내하도록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보험 재정 부실에도 불구하고 기업주의 건강보험 분담율은 높아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더 크게는 애초부터 문제의 소지가 많았던 수가 및 약가의 재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의료기관의 수가 및 약가가 과잉책정되어 재정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가지 증거를 통하여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이에 대한 논의를 거부하고 노동자들의 권리 제한 및 보험료 인상만을 통하여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꽤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5. 최근 서울대 경영연구소의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이에 따르면 현재 의료수가가 원가에 비해 의원급은 23.1%, 병원급 이상은 15.4% 높게 책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 정도 수치면 어디서 건강보험 재정이 새고 있는지는 명확한 것이 아닌가?
6. 우리는 건강보험 재정위원회에서 의료수가 및 약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기를 바란다. 그것에 대한 납득할만한 조처가 없는 이상, 보험료율 인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과잉책정된 수가 및 약가를 낮춤으로 말미암아 제한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할 권리가 회복되어야 한다. 지난 5·30 대책은 철회되어야 하고, 병원경영투명성 확보 등 작년에 건강보험재정운영위가 결의하였던 28개 항목을 이행하여야 한다. 또한 기업주의 건강보험 분담율이 더 높아져야 하고, 직장가입자로 편입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자들로서 대우받을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것이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하여 먼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2001. 12. 13
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