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특수검진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촉구한다.
– LG-Caltex정유 특수검진 결과 조작사건과 관련한 산업보건전문가들의 입장

우리 산업보건 전문가들은 여수산단 LG-Caltex정유의 특수검진 결과 조작사건이 현행 특수검진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관련자 전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 제도개혁을 실시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

특수검진제도는 세계 최악의 산업재해 발생 위험 속에서 일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직업병을 조기발견 하고 유해환경으로부터 건강권을 지켜내기 위”해 1년에 1∼2회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 산업보건의 중심제도로, 매년 60여만명의 노동자가 검진을 받으며, 이에 들어가는 비용만도 150∼200억원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특수검진은 90년대 이후 끊임없이 그 실효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유해작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수가 축소 보고되어 검진대상자가 누락되는 점, 검진을 받는다 해도 평균 3분 이내에 끝나버리는 졸속성, 검진 실시후 설명이나 사후관리가 없는 점 등, 특수검진제도의 문제점을 계속해서 제기해왔다.

우리 산업보건 전문가들 역시, 사업주에게 부여된 검진기관 선택권은 노동자건강에 대한 최선의 양심적 판단을 방해할 수밖에 없으며, 근골격계질환이나 유기용제중독 등의 현대 직업병을 검진할 수 없는 문제점 때문에 특수검진제도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올해 노동부 산하에 특수검진제도 개선위원회를 두고 제도개선안을 만들고 있지만, 당사자인 노동자의 참여가 배제된채 검진 대상과 항목 등의 기술적 개선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현재 논의로는 근본적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정부는 이번 사건이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인 특정 회사나 검진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특수검진제도에 내재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임을 명심해야한다. 우리는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사업주가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떠나 검진기관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하기 어렵고, 건강검진의 당사자인 노동자가 그 과정의 판단이나 정보에서 제외되어 어떤 권리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포함한 특수검진제도의 개선 계획을 세워야할 것이다.

우리 산업보건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의 불신과 분노의 대상이 되어버린 특수검진이 노동자 건강을 보장하는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근본적 제도개혁을 실시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2002년 2월22일
산업보건 전문가 일동

임상혁(원진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주영수(한림의대 교수) 권영준(한림의대 교수) 박두용(한성대 교수) 김철홍(인천대 교수) 강동묵(인제의대 교수) 이철갑(조선의대 교수) 이윤근(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지용(동국의대 교수) 임종한(인하의대) 홍윤철(인하의대) 김수근(동국의대) 하미나(단국의대) 김용규(한양의대 산업의학과) 손미아(한림의대 산업의학과) 김정연(이화의대 예방의학과) 김정범(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집행위원장) 박상태(인천산업사회보건연구회) 홍학기(인천산업사회보건연구회) 정인성(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오장균(을지의대) 이강진(전남의대) 원종욱(연세의대) 윤기정(서울의대) 김종구(대우병원) 고상백(대우병원) 장치호 김형수(건국의대) 공유정옥(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정원(인제의대) 김종은(인제의대) 이용진(순천향의대) 박종태(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이경종(아주의대) 이채용(구미차병원) 오차재 (부산대병원 산업의학과) 전형준(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김상우(포천중문의대 구미차병원) 김경화 천용희 김성아(포천중문의대 구미차병원) 조상덕(강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