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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서

형식적 집단검진 제도를 바꾸어야 노동자의 건강이 산다!
– 기아자동차노동자 직업병 은폐 사건에 대한 우리의 입장

지난 1월 직업병 검진 결과가 축소 조작된 것으로 밝혀져 사회적 문제가 된 LG칼텍스에 이어, 최근 3년간 기아자동차 노동자 2백여 명의 특수건강검진 결과가 축소, 은폐되었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현행 특수검진 제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특수건강진단제도의 부실과 부도덕한 운영은 비단 기아자동차나 LG 칼텍스의 경우만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규모가 큰 재벌기업도 노동자의 직업병을 은폐하고, 축소하기에 급급한데, 대다수의 중소기업, 영세기업에서 노동자의 건강진단이 어떤 구실을 할지는 명약관화한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검진기관의 의료인 가운데에는 직업병에 대한 대표적 전문가도 포함되어 있다 하니, 이러한 기관이 직업병을 은폐했다면 다른 검진기관이 어떠할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사건이 특정 회사나 검진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특수검진제도가 내재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폭발하는 심각한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매년 60여만명의 노동자가 검진을 받으며, 그 비용만도 150∼200억원에 이르는 특수검진제도는 형식적 집단검진으로 인해, 그 실효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 지 이미 오래다. 유해작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수가 축소 보고되어 검진대상자가 누락되고, 검진을 받는다 해도 평균 3분 이내에 끝나버리며, 검진 실시 후 설명이나 사후관리가 없는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업주에게 부여된 검진기관 선택권은 노동자건강에 대한 소신있는 판단을 방해한다. LG 칼텍스 사건에서 알 수 있듯 검진기관의 직업병 축소은폐 뒤에는 사업주의 압력이 있다는 의혹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는 노동부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철저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산업안전보건법 43조에 명시되어 있는 건강검진에 대한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여 현재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행 특수검진제도는 노동자의 검진기관 선택권을 보장하고, 개별 노동자의 건강과 질병에 대해 실질적이고 내실있는 검진이 가능하도록 개선하여야 한다. 검진기관이 작업장을 방문하여 집단적으로 대규모의 노동자를 진단하는 현행 제도는 검진의 주체인 노동자를 배제하는 것은 물론, 부실 검진과 노동자의 불신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정부는 이번 문제를 일으킨 사업주와 검진기관의 책임을 철저히 밝혀냄은 물론, 기존에 행해진 특수검진에서 직업병이 은폐된 채 건강과 생명을 빼앗기는 노동자가 없는지 전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노동자를 비롯한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여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논의할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할 것이며, 시간이 걸리고, 더디 가더라도 노동자의 건강과 질병이 제대로 진단되고 보호되는 건강진단 제도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노동건강연대는 현 특수검진제도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예의주시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이다.

2002. 9. 30
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