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이 전도된 정부의 산재보험요율 인하 방침에 반대한다!

정부는 지난 10월 2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부터 산재보험요율을 1.49%에서 1.35%로 변경하여 연간 2,200억 원의 국민부담을 줄이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2003년도 기금운용계획을 의결하였다. 또한 정부는 산재보험의 누적적립금이 증가하고 있고, 산재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근거를 들어 총 재정규모를 줄이지 않으면서 보험료율을 줄일 수 있다는 요지의 발표를 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는 객관적인 사실조차 틀리게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다. 산재율이 감소한다고 했지만, 노동부 발표에 따르더라도 2000년 대비 2001년의 산재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고, 2002년 상반기의 산재율이 더 2001년 동기간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산재율이 감소하여 산재보상에 지출되는 금액이 줄어들
기 때문에 산재보험요율을 낮출 수 있다는 정부측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더욱이 산재보험의 누적적립금이 증가하기 때문에 산재보험요율을 낮출 수 있다는 정부의 발표는 본말이 완전히 전도된 이야기다. 지금까지 막대한 적립금이 생기게 된 이유는 산재보상이 극히 일부만 이루어진 채 많은 재해와 직업병이 은폐되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산재가 발생해도 사업주의 직, 간접적인 회유와 협박,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의 자의적 판단 및 보수적인 판정기준 때문에 산재보험으로 청구하지 못한 채 공상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산재보험으로 처리되는 경우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에 속한다. 또한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등 보상수준이 비현실적으로 낮을 뿐만 아니라 산재노동자 재활 및 재취업에 대한 지출을 거의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립금이 남는다고 떠드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다.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산재보험요율 인하가 아니라 숱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산재보험제도에 대한 개혁이다. 산재은폐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요양절차 및 근로복지공단의 개혁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산재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산재노동자의 재활을 포함하여 직업 및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제반의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산재보험의 기금이 남아도는 것이 아니라 모자랄 수밖에 없고 오히려 재정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주 부담을 늘려야 한다.

결국 정부의 산재보험요율 인하방침은 사업주의 부담을 줄이고 지금보다 더 산재은폐를 유도하고 산재보험의 보장성을 약화시키겠다는 선언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누적적립금을 근거로 산재보험요율을 내리겠다는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노동자 건강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판 구실도 못하는 산재보험의 제도적 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노동자, 민중의 엄중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산재보험제도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

경기남부산업보건연구회,광주노동건강상담소,노동건강연대,노동자의힘,대구산업보건연구회,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민중의료연합,부산건강사회연구회,부산민중의료연합,전국산재피해자단체연합,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원진산업재해자협회,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산업보건학생연대회의,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건강한노동세상,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