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건강을 파괴하는 경제특구법 즉각 철폐하라!

국회는 2002년 7월 14일 거의 모든 부문의 사회단체들과 양대노총이 반대입장을 명확히 밝혀 온 이른바 경제자유구역지정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지금까지 여러차례 밝혔듯이 이 법안은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률이다. 부패방지법, 인사청문회법 등 이른바 정치개혁입법은 하나도 처리하지 못한 국회가 외국기업의 편의를 위해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이 악법만은 처리한데 대해 놀라울 뿐이다.
여러차례 밝힌 것처럼 경제자유구역지정법은 우리사회의 의료보장체계에서 벗어난 의료기관의 설립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의 실질적 폐지를 뜻하며 정부가 경제특구내의 병원급 의료기관의 의료행위에 대해 모든 통제권을 실질적으로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지난 10월 31일 헌법재판소의 의료기관 강제지정제는 현행 의료보험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강제지정제 합헌판결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이기도 하다. 경제자유특구는 사회특수층을 위한 의료특구로 전락할 것이며 우리사회의 의료보장체계를 무너뜨리는 암적존재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는 또한 이번 경제자유구역지정법을 통해 경제자유지역에서의 노동자들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제한되었다는 점에 분노한다. 노동자들의 휴식의 권리와 모성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권리가 박탈되었고 파견근로자들이 그나마 별로 남지도 않은 산업안전보호조항의 보호조차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외국 기업 유치의 목적이 진정으로 국민의 권익과 복리를 위한 것이라면 한 나라의 의료보장체계를 망가뜨리고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휴식의 권리를 포기하면서 외국기업을 유치한다는 것은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어도 한참 뒤바뀐 것이다. 더욱이 거의 모든 사회부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법안을 처리해버린 국회의 처사도 납득하기 힘들다.
우리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우리나라의 의료보장체계와 주권을 지키기 위해 법안의 철폐를 위해 싸울 것이다.

2002.11.15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참의료실현을위한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