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규제개혁위원회는 무슨 권한과 근거로 노동자의 진료기간을 ‘규제’하는가?
– 규개위는 비전문적이고 반인권적인 노동자 치료기간제한을 철회하라 –
규제개혁위원회(공동위원장 고건 국무총리, 이하 규개위)는 6월 13일 신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6개월 이상 종사한 자에게 나타나는 질환이라는 근골격계 직업병 인정기준(7월 1일 시행)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직업병인정기준을 노동부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인정기준을 제한하는 규정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하고 이와 함께 일반 통증 장해는 약 3개월, 수술의 경우 6개월 정도로 치료기간을 규정한다고 결정하였다. 이는 4년새에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이 9배나 증가한 상황에서 정부가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문제자체를 축소시키는 방향의 결정을 한 것이다. 또한 건강에 대해 아무런 전문성도 관련성도 없는 규개위가 사용자단체인 경제5단체장의 주장을 아무런 전문적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월권행위이며 노동자의 신체보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행위이다.
첫째, 근골격계 작업병 인정기준을 신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추가적인 제한규정에 적용되는 자로 규정하는 것은 한마디로 무지에 기반한 처사이다. 근골격계질환은 신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종사하자마자 발생되며 이 분야에서 널리 인정되는 연구결과들은 하나같이 근골격계직업병이 작업의 숙련도가 낮은 초기에 많이 발생하는 것을 밝히고 있다. 이후 작업의 숙련도가 높아지고 작업 요령이 생기면 발생빈도가 낮아지다가 그 후 신체의 부담이 누적되어 다시 발생빈도가 높아지는 과정을 밟는 것이 근골격계 직업병의 발생의 자연적 경로이다.
둘째, 일반 통증 장해의 치료기간을 약 3개월 정도로 규정하는 것도 아무런 근거가 없는 비 전문적이며 반인권적인 결정이다. 노동자는 10년, 20년 간의 통증을 참으면서 일을 하여 ‘일반통증장해에 이환되며 이로 인한 건과 인대의 손상은 경우에 따라서는 최대 6개월에서 1년의 재활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이 의학적인 판단인 것이다. 규개위의 비전문적 결정은 당연히 철회되어야 한다.
셋째, 수술의 경우 6개월 정도로 치료기간을 규정하는 결정도 비전문적이고 반인권적이다. 어깨에 올 수 있는 대표적 근골격계질환만 보더라도 물리치료에만 6개월, 그 후 수술이 필요하면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치료기간이 필요하다. 규개위의 결정은 당연히 철회되어야 한다.
넷째, 근골격계 직업병 인정기준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주장은 사용자의 주장일 뿐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이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학계에서의 연구와 세계적인 추세로서는 한국의 근골격계 직업병 인정기준은 포괄적인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제한적이다.
근골격계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노동자가 인정기준의 제한 때문에 직업병으로 인정받지 못하여 자살을 하거나, 고통 속에 지내고 있다. 현재 노동자들이 벌이고 있는 ‘근골격계질환 직업병 인정 투쟁’은 직업병 인정기준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잘 보여주는 증거이다.
노동자가 앓고 있는 질병이 직업성 질병인지 아닌지는 의료진의 전문적인 판단과 진료를 통해 확인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직업성 질병으로 판단되었을 경우에 그 요양기간에 결정도 의학적 결정에 의해 내려져야 한다. 이러한 전문성에 기반하여 내려져야 할 결정을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규개위가 경제5단체의 일방적이고 이윤만을 위한 이기적 요청에 의해 직업병 인정기준을 개악하는 것은 환자의 치료에 대한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을 침해하고 ‘규제’하는 비상식적인 결정이며 한마디로 세계적인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반인권적, 반노동자적 결정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규개위가 스스로의 월권적이고 반인권적인 결정을 반성하고 전원회의를 소집하여 법규정이 시행되기 이전에 직업병 인정기준을 원상회복 시킬 것을 요구한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규개위는 의료의 전문성을 침해하는 월권행위에 대한 의료인들과 보건의료단체, 노동자 건강권 단체는 물론 1300만 노동자의 비웃음과 반대는 물론 강력한 반대투쟁에 직면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도대체 정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노동자의 건강은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보장되어야 할 인간의 기본권임을 밝히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규개위는 근골격계질환 예방법의 개악을 즉각 철회하고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인 노동자 건강권을 보장하라!
1. 최소한의 전문성도 없이 자본가들의 하수인 노릇을 일삼는 규개위은 반성하라.
1.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한 규제가 아닌 악덕 자본가들의 산업재해로 인한 범죄와 살인행위에 대한 엄격한 처벌규정을 마련하라
2003년 6월 20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참된의료실현을위한청년한의사회) / 건강한노동세상 / 경기남부산업안전보건연구회 /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 대구산업보건연구회 /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 민중의료연합 /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 전국산재피해자단체연합 /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 울산산재노동자협의회 / 인천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 원진산업재해자협회 / 청주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