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노동자 죽이는 기업주를 처벌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두산중공업 HSD엔진 폭발사고에 대한 우리의 입장
지난 11일, 선박엔진을 제조하는 창원 HSD엔진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두 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13명의 노동자가 중상을 입는 대형사고가 벌어졌다. 우리는, 2004년 들어 현대중공업에서만 4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잇따라 대형공장에서 크레인사고로 인한 사망, 산재로 인한 자살 등이 이어지는 이때에 또다시 대형폭발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온 나라가 대통령탄핵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 이 시국에서 노동자들의 대형인명사고는 언론보도에서 외면당하고, 사회적 관심사에서도 밀려나 있어 서글픔마저 느끼게 한다. 그러나 작금의 혼란스런 시국에서도 노동자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비극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사고의 재발을 막는 것임은 물론, 노동자·민중의 이해를 배반하는 정치현실을 바로잡는 길이기 때문이다.
사고가 일어난 HSD엔진은 두산중공업(99년 당시 한국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합병하여 만든 기업으로, 사측은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조차 모른다고 발을 빼고 있으나,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안전장치 없이 엔진 시운전을 하였으며, 특히 최근 조선산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납기일을 맞추기에 급급’ 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지난 2월 경총의 주장에 의문을 품게 된다. 당시 잇따른 노동자사망으로 현대중공업의 중역이 구속된 것을 두고 경총은 노동자 과실을 주장하며, 안전에 대한 법기준이 기업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번 참사에서 보듯이 노동자 안전이나 대형사고의 위협에 눈감은 채 노동자를 작업에 투입하고, 필연적으로 대형사고를 겪는 악순환은 멈출 줄 모른다.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사고를 일으키고, 죽지 않아도 될 노동자를 죽이는 것이 지금 기업들이 하는 짓이다. 이는 고의적 살인행위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이번 사고를 비롯하여 대형사고로 죽어간 많은 노동자가 비정규노동자였다는 사실은 안전장치 없이 위험한 작업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노동자죽음을 재촉하는 생산현장을 방치한 채, 그저 억울하다는 읍소 만 하면서 대형사고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 할수록, 그 책임에 대한 법적, 사회적 제재 요구는 커질 것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고, 능력이 없는 기업인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함으로써 자신들이 저지르는 일이 범죄라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한해 3천여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다 죽는다. 원인 없는 산재사고는 없다.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것은 노동자 죽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라는 요구와 같다. 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HSD엔진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공개하라!
- 사고 최고 책임자를 구속 수사하라!
-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작업을 중지하라!
- 사망한 노동자 유족과 부상자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하라!
2004.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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