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노동자 기본권보장과 차별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성 명 서
경제부처는 자성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수립에 적극 나서라!
–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발표 지연 보도를 접하며 –

1. 우리는 지난 23일 대통령 권한대행인 고건 국무총리가 주재한 ‘비정규직 공공부문 대책회의’에서 노동부는 정부대책(안)을 제출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어져 온 정부의 약속이행 노력이 일부 윤곽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2. 아직 정확한 대책안의 내용은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노동부가 제출한 정부대책의 주요 내용으로는 환경미화원, 상시위탁집배원, 조리종사원, 사무보조원 등 일부 직종에 대해서는 자동계약 갱신, 정년제, 공무원화 등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비정규직 인력운영방안을 마련해 공무원과 비공무원의 직무를 명확히 분류하고 상시적, 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해소 및 고용안정을 보장하면서 비정규직의 평균 급여수준을 공무원의 80% 이상으로 근접시키는 등 단계적인 처우개선에 주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한 일시적인 필요에 따른 비정규직 활용시 해당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채용 후에는 정당한 처우를 보장하며 사용인원을 통제하는 등 인력관리를 엄격히 하는 방안도 검토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각 언론들은 정부가 약 10만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 사실을 보도하고 있다.

3. 그러나 상시위탁집배원의 경우 정보통신부가 이미 오래 전에 노사합의와 부처간 협의를 거쳐 정규직 공무원으로의 전환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공공부분 대책발표 시기와 맞추느라 오히려 시행이 연기되어온 경우이며, 환경미화원의 경우에도 상용직 노동자들은 노조결성이 확대되면서 단체협약상의 정년제 등을 통해 고용안정을 확보내 나가고 있다. 학교급식 종사자도 여성노조를 중심으로 교육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었다. 이에 따라 노동부의 정규직화 방안은 이미 마련된 정부대책에 일부 직종을 추가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또한 앞으로 공무원과 비공무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담당업무를 명확하게 구분하겠다는 내용은 일시적인 인력수요가 있을 경우에 한해 비정규직을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유제한’ 방식이 아니라, 담당업무에 따라 비정규직을 전면적으로 활용범위를 대폭 확대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럴 경우 여성과 하위직이 주로 담당하는 업무에 대해 단순업무라는 이유를 들어 비정규직 활용을 정당화할 위험이 있고, 결과적으로 성차별적, 위계적 비정규직화가 확산될 수 있음을 우려하게 된다.

4. 하지만 우리는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향후 노동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의지를 보인다면, 노동부의 대책안이 IMF 구제금융 이후 추진된 공공부문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각종 지침에 의해 정규직이 축소되고 비정규직이 확대되어온 정책실패를 반성하고, 상시업무에 투입되고 있는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와 함께 차별해소를 위한 정책 변화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5.그러나 정작 심각한 문제점은 벌써부터 재경부 등 경제부처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노동유연성 저하 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정규공대위는 그동안 무분별한 비정규직 남용을 조장하고 부추겨 온 장본인들인 경제부처들이 오늘날의 심각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와 사회적 요구를 외면한 채 또다시 경제논리에만 사로잡혀 재계의 공허하고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상황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회의 당일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외주, 예산삭감, 사업변경의 필요가 있을 때 이들을 정리해고(고용조정)할 수 있도록 보완하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앞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부분적으로 실현된다 하더라도 또다시 민간위탁과 용역화, 예산삭감 등의 다른 수단을 통해 정부의 대책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6. 이에 우리는 지난해 말 안타까운 이용석 열사의 분신 이후 3부 장관 기자회견을 통해 약속해온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함에 있어 정부 스스로 남용해온 비정규직을 축소하고, 차별을 금지하며,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속히 수립, 공표할 것을 촉구하며, 이 과정에서 주요 경제부처들은 그동안 정책실패를 반성하고 공공부문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함을 분명히 인식하고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마련에 성실히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

2004년 3월 25일

비정규노동자 기본권보장과 차별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업책임을위한시민연대,
노동건강연대, 노동인권회관, 문화개혁시민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회진보를위한민주연대, 서울YMCA, 인권실천시민연대,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회의, 전국여성노동조합, 참여연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민우회, NCC농어촌선교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