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의 근골격계직업병 산재 신청에 대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촉구한다 !
1. 지난 4월 20일, 병원에서는 최초로 32명의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근골격계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 요양을 신청하여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이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 협의회의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에 우리는 산재요양 신청 이후 지금까지의 경과를 통하여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함과 더불어 자문의사들의 합리적 판단을 촉구한다.
2. 32명의 병원노동자들이 산재 요양을 신청한 이후 지금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병원경영진은 의사의 진단 자체를 문제삼으며 산재요양 신청서에 사업주 날인을 거부하였다. 근로복지공단 대구지사는 자신이 관할하고 있는 지역에서 병원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 산재 인정 사례가 최초로 나올까봐 전전긍긍하며 여러 가지 행정적인 절차로 시간을 끌면서 자신의 역할을 방기하였다. 거기에 더해 공단은 공단의 태도에 항의하는 노동자와 환자들에게 공권력을 투입하여 폭력적으로 그들의 요구를 억압하기까지 했다.
3. 이번 사건을 통하여 소위 ‘근골격계 부담 작업’을 명시하고 있는 노동부의 지침이 얼마나 현실성이 없는 것인가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 지침에 따르면 병원 노동은 근골격계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지침이 병원 경영자와 근로복지공단 지역본부가 병원 노동자들의 정당한 산재요양 신청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하였다.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으로 인해 근골격계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러한 사실은 여러 나라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통해 이미 일반화된 사실이다. 과학적 연구 결과와도 동떨어진 이러한 지침은 폐기되어야 한다.
4. 관련되어 이번 기회에 금속산업뿐 아니라 병원 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 유발요인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고, 그에 따라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병원 노동으로 인한 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 발생의 문제는 당연히 경북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자들을 위한 노동을 제공하는 가운데 자신이 환자가 되어 가는 병원 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한 대책이 종합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5. 한편 우리가 누차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산재보험 제도가 개혁되어야 한다.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이 개혁되어야 한다. 산업재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도 요양 결정을 얻어내기까지의 과정이 이렇게도 복잡하고 어려운 우리 나라의 산재보상 제도는 노동자를 위한 제도라고 보기 어렵다. 산재 판정 이전에 우선적으로 환자의 요양을 인정하는 ‘선보장 후평가’ 와 같은 제도로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산재요양을 신청하는 노동자들의 도우미로서가 아니라, 산재요양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 아래 노동자들의 억압자로 기능하는 근로복지공단은 근본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6. 산재요양을 신청한 노동자들에 대한 요양 승인과 관련해서는, 조만간 열리게 될 자문의사 협의회에서 자문의사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업무로 인한 근골격계질환 발병의 가능성이 명명백백한 이번 사례에 대하여 의학외적인 고려를 우선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2004. 5. 4
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