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죽음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
– STX조선 노동자들의 잇따른 사망, 기업주를 처벌하라

같은 조선소에서 잇달아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경남 진해의 STX조선에서 지난 5일 용접을 하던 노동자가 작업중인 벽면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가 일어난지 겨우 이틀 후인 7일에는 용접작업을 하다 폭발이 일어나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또 일어났다.
이 두 노동자는 모두, 막을 수 있었던,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사고로 인해 사망하였다.
왜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되는가.

5일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두 아이를 둔 스물일곱의 젊은 아빠였고, 비정규노동자였다. 2인 1조로 해야 할 작업을 1인이 1작업을 해야 한다는 사업주의 강요 때문에 그는 죽었다. 이틀 후 같은 조선소에서 죽은 노동자는 투입되어야 할 시간보다 일찍 작업장으로 투입되어 일어난 폭발사고로 죽었다. 그역시 비정규노동자였다.

STX조선은 작년에도 3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였고, 그 대가로 당기순이익 4백50억원을 남겼다. 놀라운 것은 STX조선이 8백여명의 정규직노동자와 그 4배에 이르는 3천1백여명의 비정규노동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STX조선은 작년 잇따른 사고로 노동부의 특별감독까지 받았지만, 이번 이틀 사이에 일어난 사고를 보면, 기본적인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고 노동자를 작업으로 내몰아 왔다. 더욱이 노동부의 특별감독이 3천여명이 넘는 비정규노동자가 투입되는 작업에 대해 정확히, 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 알 길이 없다.

이번 사고에 대한 노조의 요구안을 보라. 비정규노동자에게 안전교육을 하라, 비정규노동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을 동일 적용하라, 안전과 관련하여 차별하지 말라 고 외치고 있다.
안전교육과 법적용에 있어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두 노동자의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비정규노동자 차별문제로 온 사회가 몸살을 앓는데도, 기업을 위해 불법파견을 확대하겠다는 정부를 보면 차라리 할말이 없어지지만, 안전과 생명이라는 근본적 인권마저 부정당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의 노동현장을 보라.

더는 지켜볼 수가 없다.
노동자가 죽고, 정부가 특별감독을 하고, 또 다시 노동자가 죽는 부조리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악순환을 멈출 유일하고도 강력한 방법은 기업주를 처벌하는 것이다. 안전에 대한 투자와 인력 투입에 대해 결정권을 쥐고 있는 기업주를 처벌하게 되면, 노동자 사망의 구조적 요인이 해결될 것이라는 점은 기업주와 정부조차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탄핵국면이 정리되고, 노무현 대통령이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17대 국회가 개원을 앞두고 있다. 민생과 개혁을 외치는 대통령과 국회가 노동자 죽이는 기업의 책임을 묻지 않은 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면 계속되는 노동자 죽음의 공범으로 기록될 것이다.

노동현장에 쌓여가는 노동자들의 시신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노동자들이 피어린 노동을 딛고 선 기업과 사회가, 국가가 답해야 할 때이다.

– 우리의 요구 –
STX조선 사업주를 구속하라!
노동부는 특별감독 제대로 하라!
비정규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차별하지 말라!

2004. 5. 10
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