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동자들의 요구는 시민의 안전과 노동자 건강을 위한 정당한 요구이다
– 정부와 서울시, 지하철 공사는 탄압을 중단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라 –

전국의 지하철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간지 하루가 지났다. 파업첫날 서울 지하철 역사에는 군 특수부대원들이 투입되어 살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군 부대를 투입해서라도 안전을 지키고 싶었다면 진작에 교섭에 나서 지하철노동자들의 인력충원 요구에 답했어야 한다. 파업노동자와 시민에 대한 위협용으로 군인을 배치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노동시간단축은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도 높일 수 있지만,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지하철 노동자들은 주5일 근무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인력이 충원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과 지하철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을 생각할 때 타당하고 합리적인 요구이다. 그러나 지하철 사측은 주5일 근무에 따른 제도적 지원과 인력충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정부방침만을 되내이며 껍데기뿐인 주5일제를 강요하고 있다.

이미 수년간 진행되어온 무분별한 인원감축과 외주화로 전국의 지하철과 철도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노동자들의 건강상태 악화로 산재와 직업병의 온상이 되고 있다. 특히 98년부터 1인 승무를 하고 있는 서울지하철 5 – 8호선(도시철도공사) 에서는 기관사 혼자서 1천여명이 넘는 승객을 수송하면서 생기는 사고에 대한 불안과 지하운전으로 인한 ‘공황장애’를 겪고 있으며, 이미 13명의 노동자가 병원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산업안전공단이 도시철도 노동자 729명을 조사한 결과 115명(16%)의 노동자가 ‘불안장애로 인한 정밀검진 유소견자’로 판명된 바 있다.

지난해 6월 공공연맹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지하철 안전운행 관련 국민여론조사”에 따르면 지하철 운행지역 시민의 83.2%가 예산증가를 감안하더라도 지하철 안전운행을 위해 2인 승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모든 승강장에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현재 지하철노동자들의 요구인 시민안전을 위한 인력충원요구는 대다수의 국민들의 요구라는 것을 뜻한다.

서울시와 사측이 인력충원이 불가능한 이유로 꼽는 지하철 적자는 건설 당시 공사비를 정부가 책임지지 않고 지하철공사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의 발’이라는 지하철건설비용을 시민에게서 뽑아내겠다는 정부가 어디 있는가. 지하철을 대중교통수단으로 사용하는 나라에서 지하철 건설비용은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일반적인 정책이다.

지하철 사측은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고자 했던 노동조합의 교섭요청을 거부하고, 직권중재를 통해 파업을 불법화하였으며 파업 첫날부터 지도부 전원에게 직위해제를 통한 해고위협을 가하는 등 노동자들에게 부당하고 일방적인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대중교통 체계 개편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을 지하철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비난으로 빠져나가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 역시 불법파업규정과 군인투입등의 탄압과 사측 편들기가 아니라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인원감축으로 적자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지난해 대구지하철 참사의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지하철 사측과 정부가 똑똑히 기억하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시민의 안전과 건강한 노동을 위한 지하철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을 지지하며, 지하철공사측과 정부, 서울시는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고 노동조합의 정당한 요구를 즉각 수용하여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현 사태로 초래된 불편을 조속히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2004. 7. 23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