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과 옷 갈아입을 곳을 달라는 노동자의 요구에 대한 대답이 몽둥이와 연행인가?
– 정부는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법을 지키라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폭력탄압을 중단하라!
지난 3월 18일 파업에 들어간 울산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의 파업이 2개월을 넘겨 장기화되고 있다. 700여명의 노동자들이 울산에서 서울에서 크레인에 올라가고, 삭발도 하고, 단식도 해 보았지만 정부는 오직 경찰폭력으로만 화답해왔다. 정부는 4000여명의 경찰병력으로 노동자들과 가족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가하여 급기야는 ‘울산은 지금 80년대’라는 입소문이 울산에 퍼지게끔 하였다. 급기야 너무나도 억울한 울산건설 플랜트 노동자들은 서울에 올라와 노동조합원들의 3보 1배 집회를 통해 자신들의 처지를 알리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정부는 또다시 집회참가자 전원연행으로 답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하루 8시간 노동과 매년 600여명이 떨어져 죽는 것을 방지할 안전장비 설치해 달라는 것이다. 또한 길에서 자지 않도록 화장실과 휴게실을 달라는 것이다. 4대 보험을 들어 산업안전법과 근로기준법을 지? 갤遮? 것이 이들의 요구이다. 70년대 노동자 전태일이 분신하면서 외쳤던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요구, 최소한 인간답게 살고싶다는 요구가 이들의 요구이다. 이 요구에 대해 폭력과 전원연행으로만 답하는 SK와 현 정부는 도대체 우리와 같은 인간인가?
이번 사태를 통해서도 명확히 드러났듯이 오늘날 석유화학단지, 발전소, 제철소, 조선소 등 국가기간산업설비의 건설, 유지, 보수를 도맡아 하는 건설노동자들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이들은 대기업의 블법다단계하도급 속에 임금을 착취당하고, 공사현장에서 쇳가루 섞인 밥을 빗물에 말아먹으며 일하고 있다. 파업중인 노동자의 97.2%가 유급휴일을 받은 적이 없으며, 80%의 노동자가 작업현장에서 개인 돈으로 밥을 사먹으며 일해왔다.
지난해 7백79명의 건설노동자가 작업현장에서 죽었다. 사고성 사망재해의 42%를 건설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99년에 비해 34%가 증가한 수치다. 덮개를 안 덮어서, 작업발판이 없어서, 안전장비가 지급되지 않아서, 일하다 죽는 것이 오늘 건설노동자들의 현실이다. 2003년 노동건강연대와 건설산업연맹이 건설노동자 200명에게 건강검진을 한 결과, 75%에 달하는 노동자가 직업성근골격계질환 의증(46.5%), 소음성난청의심자(22.5%), 수지진동증후군 의증 (5%), 호흡기 질환 의심자 (4%)로 나타났다. GDP의 10%가 넘는 건설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이지만, 작업환경 측정, 산업보건의 선임, 특수건강검진에서 완전히 제외되어 있다. 노동자들은 4대 보험이나, 산재보험처리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근로기준법도, 산업안전보건법도 지켜지지 않는 ‘무법지대’에서 건설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은 무너져내리고 있다. 전근대적 산업구조 안에서 건설자본에 착취당하는 건설노동자들의 처절한 절규를 정부는 ‘쇠몽둥이’로 정리할 순 없다.
70년 전태일을 기억? 求?현 정부라면 단체협약 자체에 나서지 않고 있는 SK 사측에게 몽둥이를 들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답하라고 하는 것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입만 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이야기하던 정부가 이제 비정규직노동자의 ‘원조’이자, ‘대표’인 건설노동자들을 폭력과 강제연행으로 탄압하는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말을 잇지 못할 분노를 느낀다.
우리 보건의료단체들은 스스로의 건강권을 지키려는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면 정부에게 경고한다. ‘참여정부’ 가 지금 당장 할 일은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탄압이 아니라 그들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하고 사태해결을 위해 SK 사측이 단체협약에 나서도록 하는 일이다. 현 사태는 정부가 국민의 정부가 아니라 건설족들의 이윤을 위한 정부라는 것을 전국민적으로 확인시키고 있다. 지극히 소박한 울산건설노동자들의 요구가 정부의 폭력으로 짓밟히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이 사태를 해결할 때까지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정부와 사측의 폭력으로부터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함께 할 것이다.
2005. 5. 24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