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서울대병원이 국립대학교병원이라면 먼저 ‘산재지정병원’ 요구부터 수용해야 한다
국립서울대학교병원은 지금껏 산재지정병원이었던 적이 없다. 더욱이 서울대병원은 서울대병원 노동조합과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의 거듭되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어떤 합리적 근거도 없이 산재지정병원이 되기를 거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해 산업재해로 3천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하고 9만 여명의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국립병원을 자처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이 1500만 노동자들의 산재 직업병에 대해 ‘진료거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올해 복지부 의료서비스평가 1위 병원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병원은 최근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문제나 서울대병원설치법 폐지를 둘러싼 논의과정에서 지금까지 공공적인 역할을 충분히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산재환자에 대한 진료를 거부하는 서울대병원의 ‘의료서비스 1위’와 ‘공공성’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최근 서울대병원이 노동조합과의 협상과정에서 산재지정병원화 거부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은 ‘산재환자는 병상회전율이 낮아 수익성이 없고 관리가 어려우며 행정처리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귀찮고 돈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노동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산재․직업병 환자들을 돈벌이가 안 되는 폐품 취급하는 발상이다.
또한 서울대병원노조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올해 5월 병원노동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83%의 노동자가 근골격계 질환의 증상을 호소했고, 이중 심한 통증으로 인해 의학적 조치가 시급한 노동자가 27.9%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대병원이 산재지정병원이 아니라는 사실은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산재․직업병을 치료하려면 다른 병원에 가야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낳고 있다.
결국 서울대병원의 ‘의료서비스 1위’의 이면에는 ‘직원 골병 1위’라는 서울대병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있으며, 서울대병원이 주장하는 ‘공공성’은 돈벌이가 안 되는 산재진료는 하지 않는다는 ‘돈벌이 병원’에 다름 아니다.
서울대병원이 최소한의 공공성을 지키는 병원이 되도록 감독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노동자들의 혈세를 한해 수백 억 원씩 지원하면서 국립대병원에 산재지정병원조차 의무화하지 못하는 참여정부는 공공의료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 정부는 서울대병원으로부터 시작해 모든 종합병원을 산재지정병원으로 지정하여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된 ‘의료공공성’의 기본이다.
우리는 서울대병원이 스스로의 특권과 국가대표병원을 주장하기 이전에 최소한의 공공성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서울대병원이 1500만 노동자가 노동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산재직업병을 자신의 교육과 연구 및 진료 영역에서 배제하면서 국가대표병원과 공공성을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서울대병원은 국립대병원 중 가장 낮은 기준병실비율(다인용 병실), 높은 병실료, 삼성생명 보험창구는 개설해주면서, 건강보험공단의 상담창구는 거부하는 등 공공의료에 반하는 행위를 너무 많이 자행하고 있다. 우리는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서울대병원 산재지정병원화, 삼성보험 창구 철거, 다인용 병실 확대 등의 요구를 전폭 지지하며 서울대병원의 산재지정병원화가 서울대병원이 진정한 공공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최우선의 과제중 하나라고 판단한다. 서울대병원이 국립병원이라면 그리고 공공의료를 시행한다고 주장하려면, 아니 최소한 자신의 병원에서 발생하는 산재환자라도 치료하려면, 당장 산재지정병원부터 되어야 한다.
2005.7.29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한노동세상, 광주노동보건연대,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민주노동당 종로지역위원회, 산업보건연구회,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인천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 충청지역노동건강협의회, 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