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2% 채워진 노사정위원회의 산재보험제도개선 합의문, 더 많은 개혁과 보완이 필요하다
지난 12월 13일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6개월여 동안 논의된 산재보험제도 개선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하였다. 노동부는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무엇보다도 지난 산재보험 40년의 역사 속에서 최초로 도출된 노사정의 포괄적 제도개선 합의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것은 타당하지 않다. 노동측의 중요한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민주노총이 배제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노사정 합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노사정 합의라고 보기 어렵다.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의견이 배제되었다는 절차적 정당성 결여의 문제와 별개로, 이번 합의문은 산재보험 제도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내용적으로도 함량미달이다. 현행 산재보험의 문제는 적용 대상에 있어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적용대상이더라도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진입 장벽이 적지 않으며, 급여의 보장성이 낮고, 재활을 통한 원직장 복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민주노총, 민주노동당과 협의하여 법안 형태로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합의안에는 이러한 내용들이 부분적으로 포함되거나 실질적 내용 없이 선언적 내용으로 포함된 것이 많다.
먼저 적용대상과 관련해서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어떠한 방안도 포함되지 않았다.
둘째, 산재 요양을 가로막는 진입 장벽 해소와 관련해서도 거의 진척된 내용이 없다. 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제도를 잘 몰라서, 그리고 산재보험 신청을 했다가 사업주에게 당할 고초가 두려워서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면서도 실질적으로 산재보험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이 잘 몰라도 사업주의 훼방 없이 산재 요양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합의안에는 산재노동자 본인 뿐 아니라 주치의나 의료기관도 산재 요양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만이 포함되어 있을 뿐 다른 개선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주요한 진입 장벽으로 거론되었던 사업주 확인 제도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업주가 의견이 있을 경우 노동자와 의료기관에 자신의 의견을 통보할 수 있도록 되었다. 이는 오히려 진입 장벽을 더 높게 만들 수 있는 제도이다.
셋째, 급여의 보장성은 일부 확대되었으나 구체성이 부족하다. 요양 승인 전 건강보험 우선 적용, 진료비 대부 제도의 도입, 재활 치료의 명시적 급여화, 저소득 노동자의 휴업급여 인상 등은 긍정적인 방안이다. 그런데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 완화를 위한 방안이 중장기 과제로 제시되어 있어 보장성 확대 방안의 핵심이 빠져버렸다.
넷째, 산재노동자의 재활 프로그램 확충과 원직장 복귀 의무화라는 측면에서는 거의 대부분 선언적인 내용만이 포함되어 있다. 직업재활 급여 제도가 포함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정신심리적 재활, 사회적 재활 등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재활 프로그램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그리고 원직장 복귀 의무화와 관련해서는 노사정이 함께 노력한다는 선언적인 문구만이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재활 프로그램의 확충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를 위한 기초 인프라 구성이 필수적인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어 법만 개정되고 실행은 부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산재보험제도 개선에 대한 이번 노사정 합의안은 절차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합의안이며, 내용적으로 보더라도 산재보험 제도의 진정한 개혁과는 거리가 있는 합의안이다. 정부는 이번 합의안으로 생색을 내려는 생각을 버리고, 보다 근본적인 산재보험 제도 개혁을 위해 민주노총과 노동안전보건 운동 진영의 의견을 반영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2006. 12. 18
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