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죽이고 있는 강제추방정책을 철회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도 정당한 노동권과 인권을 보장하라.

1. 지난 2월 11일 새벽, 9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여수의 외국인 ‘보호소’에 감금되어 있다가 불에 타죽는 참사가 벌어졌다. 외국인 보호소의 인권 침해적 구금 정책이 여러 번 문제된 적이 있었다는 측면에서 이는 우연한 사고라고 말할 수 없다. 더 나아가 강제추방정책을 비롯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비인도적 정부 정책이 낳은 참사라는 측면에서 이는 ‘행정 살인’이다.

2.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정책의 비인도적 측면에 대해서는 새삼스레 지적할 필요가 없다. 단속 과정에서의 상습적인 폭력과 그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의 발생, 교정시설보다 더욱 열악한 ‘보호소’의 시설 및 운용 정책에 의해 발생하는 인권 침해 등에 대해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들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고, 그러한 무책임과 직무 유기가 이번 살인을 초래하였다.

3. 법무부는 이 사건의 조사 과정에서 ‘방화’ 가능성만을 흘리며, 사건의 전모 및 진상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의 이러한 태도는 보호소의 인권 침해적 행위가 밝혀져 사건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 사실을 은폐, 축소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살 만하다. 정부는 조사 과정에 이주 노동자 관련 단체 및 사망자의 유가족을 참여시켜 이번 사건의 전모 및 진상이 철저히 밝혀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 책임이 있다고 밝혀진 이들에 대해서는 응분의 처벌을 해야 할 것이다.

4.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추방 정책이 지속되는 한 이러한 참사는 언제라도 재발될 수 있다. 단지 합법적 체류 비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한 인간을 죄인 취급하여 폭력적으로 단속하고, 잡히면 교정시설보다 더욱 열악한 공간에서 비인간적 인권 침해 행위를 일삼고 강제 추방하는 정책이 지속된다면, 이러한 정책에 의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죽어가는 일은 멈춰질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이 지속된다면, 이 정책을 방패로 삼아 열악한 노동조건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방치하여 노동재해로 죽게 만드는 기업의 살인 행위도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이제라도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인정하고 이들이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누리며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너무나도 안타깝게 죽어간 9명의 이주노동자의 넋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2007. 2. 21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한노동세상, 광주노동보건연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산업보건연구회,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원진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