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윤장호 병장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유일한 길은 즉각적인 철군 뿐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터졌다. 전역을 3개월 앞둔 한 젊은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공격으로 사망했다. 2003년 오무전기 노동자 김만수씨와 곽경해씨, 2004년 김선일씨, 그리고 금번 윤장호씨의 죽음에 분통을 터진 건 우리들만이 아닐 것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파병, 그리고 레바논 파병에 반대해왔고 철군을 주장해 온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한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분노의 마음으로 그 책임 소재를 분명히 짚고자 한다.
고인을 포함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이후 다국적군 550여 명이 사망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1만 명 이상이 죽었고, 650만 명이 굶주림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이고 있는 대 테러전쟁의 희생자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또한 파병연장을 주도한 노무현 정부와 이에 맞장구쳐준 국회의원들이 져야 한다. 작년 파병연장 동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138명의 국회의원들이 책임져야한다. 테러위협을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전투병도 아니고 재건부대일 뿐’이라며 무책임으로 일관해왔던, 그리고 이제는 목숨을 잃은 젊은이에게 훈장을 주고 ‘전쟁영웅’이라고 미화하면서 그 책임을 회피하려는 국방부가 책임을 져야한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파병연장동의안을 매년 내민 노무현 정부에게 있다.
우리는 한국군이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돕고 있는 이상 고인과 같은 희생은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에는 동의부대(의무) 58명 및 다산부대(공병) 147명, 총 208명이 파병돼 있다. 이들은 명목상의 한국군일 뿐, 미군과 함께 생활하며 미군과 함께 행동한다. 특히 고 윤장호씨가 속했던 다산부대의 경우, 대부분 미군과 동맹국기지 건설을 위해 동원돼 왔다. 국방부 보고에 따르면, 다산부대는 2006년까지 비행장 활주로 보수, 부대 방호시설, 기지주변 도로 보수 및 확장, 암벽 오르기 훈련타워 등 총362건의 공사를 수행했다. 그리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 미군으로부터 무공훈장을 수여받았다.
의료지원부대라고 하는 동의부대 또한 사정이 같다. 파병연장동의안에 명시된 의료지원부대의 목적은 “10개 동맹국 병사들에 대한 의료지원 및 대민진료”로 표기돼 있다. 때문에 동의부대의 야전병원은 과거 소련의 핵심기지였고 지금은 미군의 핵심 군사시설인 바그람 공군기지 안에 위치해 있으며, 주 임무 또한 미군을 비롯한 동맹국에 대한 의료지원이다. 국방부는 동의부대가 지금까지 22만 명의 민간인을 진료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위생상담에 불과했다. 31명의 군의관이 근무하는 이집트 의료지원부대와 4명의 군의관이 근무하는 한국 동의부대가 비슷한 숫자의 민간인 진료 실적을 보였다는 자체가 의료의 질을 가늠케 한다. 동의부대를 경험한 정형외과의사 한 명은 “검사장비도 없고 수술도 불가능해 통증완화가 전부였다”라고 고백했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은 매우 위험한 상태다. 저항세력이 점령한 지역이 20곳이 넘으며 저항세력의 지지를 받는 탈레반은 이미 아프가니스탄 남부를 점령한 지 오래다. 미군은 주재기자들에게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니 절대 밖에 나오지 말라”라는 경고를 되풀이하고 있다. 또한 한국군이 주둔한 바그람 공군기지는 북부에 위치해 직접 교전은 없더라도, 미군의 가장 중요한 군사시설로 꼽히는 곳이다. 때문에 언제 공격받아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바그람 미군기지는 이라크 아브그라이브와 쿠바 콴타나모와 함께 국제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수용시설의 하나다. 2004년 휴먼라이츠는 세계 3대 인권유린 수용시설로 바그람 미군 기지를 지목한 바 있다.
금번 고인의 죽음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훈장추서나 고인을 전쟁영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아무련 명분 없는 침공군의 일원인 한국군을 당장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시켜야 한다. 최근 저항세력의 대대적 공격으로 미군과 영국군 중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위기에 몰린 미국은 한국에 전투병 파병을 요청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한국 젊은이들의 처지는 언제라도 고인과 같은 희생을 재현할 수 있다. 정부는 즉각 아프가니스탄에서 국군부대를 철군해야 한다. 또한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고 명분 없는 미국과 다국적군의 침공에 동참하고 있는 이라크 주둔 한국군 또한 즉각 철수하여야 한다. 왜 한국의 젊은이가 다른 나라를 침공하여 귀한 목숨을 잃어야 하는가?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이라크의 한국군을 즉각 철수하고 레바논 파병계획을 중단하여야 한다. 그것이 한국정부가 윤장호 병장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끝)
2007. 2. 28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