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성명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에 대해 정부와 회사의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한다.
2006년 5월부터 현재까지 1년이 약간 넘는 기간 동안 15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한국 타이어 노동자 사망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문제해결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이번 사태에 대해 공정한 조사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현장노동자들과 유가족들이 추천하는 전문가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만 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11월 28일 발표한 역학조사 중간결과는 2006년 5월 이후 ‘심장질환’으로 7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은 ‘집단 발병’의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짧은 시기에 7명의 노동자가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것은 우연에 의한 것으로 보기 힘들며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확증한 것이다. 한편, 한국타이어 노사의 의뢰로 심장질환으로 숨진 7명의 노동자 사망에 대한 업무관련성 평가를 수행한 을지대병원 연구팀도 그 결과를 지난 11월 30일 공개한 바, 일부 노동자의 사망의 원인으로 높은 노동 강도, 고온작업, 교대근무, 부실한 건강 관리 체계 등을 거론하며 이들의 사망이 업무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두 조사는 미흡한 측면이 많다. 현장노동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지금까지의 역학조사는 평소의 노동강도와 작업환경에 대한 현장조사가 아니라 유해물질이 치워진 상태에서 이루어진 조사이고 노동강도 또한 평소와는 전혀 다른 상태에서 이루어진 조사였다. 또한 업무관련성이나 작업환경을 측정함에 있어 필수적인 회사측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의 노동자들의 증언과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정하고 적절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집단발병과 업무관련성이 부분적으로 언급된 것은 역으로 보다 공정하고 적절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력하게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사태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정하고 적절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집단발병이 발생한 다른 회사측의 현장조사에서 상식적인 원칙인 유가족추천 전문가의 참여와 가해자인 회사측의 간섭 배제, 그리고 현장노동자들의 참여가 전제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또한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한국타이어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일한 적이 있었던 모든 노동자들이 조사 대상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충족되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역학조사만이 집단 발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정부는 이제까지의 미온적인 태도를 버리고 10여명의 노동자들을 집단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려는 적극적 자세를 가져야만 한다. 정부의 이제까지의 무대응과 늑장대응은 예방 가능했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2006년에만 4명의 노동자가 심장질환으로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았다. 정부는 2007년 들어 3명의 노동자가 더 죽고 유족들의 요구가 거세어지자 그때서야 늑장 대응을 했으며 그조차 형식적인 특별근로감독을 하는데 그쳤다. 최근 대통합민주신당 진상조사단의 발표만 보아도 한국타이어 공장에서는 일상적인 산재 은폐와 법 위반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밝혀진 일부 사안들만 보더라도 한국타이어 경영진의 무책임과 과실은 명백하다. 따라서 노동부는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로 사건을 무마할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노동자를 집단 사망에 이르게 한 한국타이어 경영진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이러한 노동자사망의 경우 ‘살인죄’에 준해 경영진을 처벌하는 선진국의 예와 같이 실질적으로 사업주를 처벌하여,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야만 한다.
셋째 우리는 한국타이어측 경영진의 행위에 대해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노동자들이 집단 사망한 사건은 인간의 생명과 관련한 중대사건이다. 그러나 한국타이어 경영진은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문제를 숨기고 이러저러한 변명으로 문제를 덮어 버리려는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타이어 공장은 노동공정상 건강과 안전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노동자 건강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공장이다. 그러나 한국타이어 경영진은 이러한 노동공정에 대해 특별한 주의의무를 다하기는커녕 ‘무재해 인센티브제’등을 통해 문제를 은폐하는 경영을 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곪을 데로 곪아 터져버린 게 이번 사건인 것이다. 지금까지의 문제를 인정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을 다해도 이미 고인이 된 노동자들을 되살릴 길은 없다. 그러나 한국타이어 측의 최근의 태도는 문제해결을 위한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타이어는 노동자들의 ‘건강 관리 대책’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질병자의 관리 대책에 중점을 두겠다고 발표했다. 한마디로 질병이 발생하는 것은 그대로 두고, 발생한 환자만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산재를 얻은 질병자의 산재인정과 관리대책이며 또한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대책이다. 한국타이어 경영진이 이러한 경악스러운 태도만을 고집한다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 한국타이어는 ‘세계시장에서 무한경쟁을 하고 있는 당사의 기업 이미지가 부당하게 실추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변명을 늘어놓기 전에 최소한의 상식을 지닌 기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한국타이어 사태가 노동자들의 목숨이 사회적으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태라 생각한다. 우리는 노동자들이 인간으로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한국타이어 노동자들과 함께 이번 사태의 올바른 문제해결이 되는 때까지 노력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07.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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