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비지니스프렌들리’와 노동자건강권은 양립할 수 없다

– 개최에 대한 우리의 입장

한국정부와 국제노동기구(ILO)가 주관하는 가 6월 29일 개막하여 4일간 열린다. 세계 각국의 노사정이 참여하는 국제대회이고, 노동자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정보와 기술을 집약하여 보여주는 대규모 행사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이 대회를 주관한다고 해서, 한국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권 수준이 국제적 수준과 비슷할 것이라 짐작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산재직업병 상황은 OECD 국가 중 단연 눈에 띈다. 2008년 OECD 통계 연보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천357시간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2007년 한 해에 과로사로 사망한 노동자 수는 543명에 달한다. 한국에서 산재사고로 죽는 노동자는 2007년 노동자 1만 명당 1.1명 꼴이다. 직업성질환까지 합쳐 2007년 한 해에 2,406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사정이 이러한데 정부 예산과 기업감독은 언발에 오줌누기 수준이다. 산재예방 사업으로 나가는 돈 가운데 정부가 일반회계로 지출하는 규모는 전체의 3.4% 밖에 안 된다. 액수로 따지면 87억 정도다. 서울시내 빌딩하나도 못 살 돈이다. 노동자 안전실태가 OECD 꼴찌인데, 정부예산이라 하기에는 낯간지럽다.

2006년 기준으로 사업장 점검을 실시한 사업장수는 5만5천23개로 전체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사업장의 4.3%다. 이런 수준으로 전체를 다 점검하려면 23년이 걸린다. 선진국과 비교하기에 민망하다.
법을 안 지킨 사업주를 처벌하는 수준도 남부끄럽다. 노동안전보건 관련 법규를 위반한사업주는 미미한 과태료나 벌금형이 대부분이다. 법을 위반한 결과로 대형사고와 사망이 이어지는데도 처벌수위는 높아지지 않고 있다.

노동자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국에서, 안전과 건강에 관한 권리가 보장되어 있을리도 만무하다. 서구 각국에서 보장되어 있는 산재 사고에 대한 조사권, 사고 예방을 위한 활동, 국가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한국의 노동조합에겐 없거나 시늉만 하고 있다.

노동자의 현실이 이렇게 척박한데도 ‘비지니스 프렌들리’ 에 올인한 이명박 정부는 기업에게 줄 선물을 늘리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보고서 잘쓰는 것으로 대체하는 한국기업의 윤리의식에 그나마 일말의 제동장치가 되고 있는 규제들조차, 기업에 누가 될까 풀어주고 싶어한다. 공공서비스를 기업 손에 쥐어주고 싶어하는 정부와 관료들의 욕망또한 숨기려 해도 숨기지 못하고, 노동자,시민을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공공서비스 사유화와 노동안전보건 규제 해제가 노동자 건강과 안전에 미칠 영향은 뻔하다. 지난 날의 대형사고, 대규모사망, 집단직업병이 이명박 정부의 미래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 누가 자신할 수 있는가.

이명박 정부는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촛불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야 한다. 안전도 건강도 팽개치고 국익이다, 경제다, 녹음기만 돌리는 정부를 시민과 노동자들은,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같은 이치다. 이명박 정부가 ‘비지니스 프렌들리’ 하겠다면서, 노동자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자는 세계대회를 자랑하는 모순은 오래 못가게 돼 있다.
부실공사 앞에 인테리어가 무슨 소용인가. 현실을 개선할 정책 먼저 내놓으라.

2008. 6. 30
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