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경제위기시에 노동자의 사회안전망 확충을 포기하겠다고?
– 산재보험료율 인하 결정에 반대한다
노동부는 지난 11월 24일 ‘09년도 평균 산재보험료율을 올해(1.95%) 보다 7.7% 인하한 1.80%로 결정했다고 행정 예고했다. 이로써 2004년부터 줄곧 인상되어왔던 산재보험료율이 2009년 들어 5년만에 처음으로 인하될 예정이다. 이는 잘못된 결정이다. 지금은 경제 위기가 날로 진행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산재 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인 산재보험 지출을 더욱 증가시켜야 할 때다. 우리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인 산재보험 지출 증가를 둔화시키는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정부는 산재보험 급여 지출 증가율이 둔화되어 산재보험료율을 낮추어도 충분한 보험료 수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험료율을 낮춘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산재보험 급여 지출 패턴과 보장성을 유지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산재보험 급여 지출 패턴과 보장성은 달라져야 한다. 특히 경제 위기를 겪게 될 2009년에 그러한 변화가 가시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에 대한 고려 없이 보험료율을 결정했다. 이는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한 결정이다.
우리나라 산재보험 지출은 선진국에 비해 과다하게 요양급여와 연금에 편중되어 있다. 선진국은 산재예방과 산재노동자 재활에 전체 지출의 30% 정도를 쓰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곳에 쓰는 비용이 전체 산재보험 지출의 5-7% 수준에 불과하다. 산재보험 급여의 보장성 역시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다. 선진국의 산재보험 보장성은 거의 100%에 달하지만 우리나라 산재보험 보장성은 85%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산재보험은 산재예방과 산재 노동자 재활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하고, 보험의 보장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더 많은 돈이 보험료 수입으로 확충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산재보험의 지속적 발전이라는 측면뿐 아니라, 2009년의 특수성을 고려해도 산재보험료율 인하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 경제 위기시에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 정책 방향은 실업률 제고와 사회안전망 확충, 노동력 보존 등이다. 이러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평상시보다 더욱 많은 재정 지출을 해야 하는 분야가 사회보험 분야이고, 그 중에 특히 산재보험 분야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산재보험 재정 지출의 폭을 줄이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근시안적인 정책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현재의 지출 패턴과 보장성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보험료율을 인하했다. 다가오는 경제 위기에 겪게 될 노동자들의 어려움은 아예 고려하지도 않았다. 이것은 정부가 산재보험을 발전시키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 위기시에 노동자들은 버리고 기업만 살리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2009년 산재보험료율은 오히려 인상되어야 한다. 그 돈으로 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을 더욱 확충해야 한다.
2008. 11. 25
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