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아이폰의 신화 뒤에 가려졌던 노예의 삶을 거부한 팍스콘 노동자들을 추모하며
팍스콘은 대만의 기술력과 중국의 노동력이 결합된 이른바 차이완 모델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세계적인 전자제품 제조회사이다. 특히 이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폰의 부품을 만들고 있으며, 중국 전체를 통틀어 80만 명, 그리고 선전(深圳) 공장에만 42만 명의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1월 24일부터 5월 27일까지, 무려 13명의 노동자들이 자살을 시도하여 10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는 끔찍한 일이 선전공장에서 발생하였다. 특히 이 중 12명의 젊은 노동자들은 자신의 몸을 땅으로 던지는 투신을 선택함으로써 팍스콘 공장의 비인간적인 노무관리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도대체 농촌에서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나온 이들이 이런 극단적인 길을 선택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보도에 따르면 팍스콘 선전 공장은 공장 안에 카페와 서점, 영화관, 심지어 자체 병원까지 보유한 편의시설을 갖추었다고 한다. 그러나 기본임금이 최저임금 900위안(한화 16만원)이었던 팍스콘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2교대 하루 10시간 연장근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며 근무시간엔 동료와 말도 할 수 없는 숨 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또한 해고가 가능한 사유만 85가지에 이를 뿐 아니라 경비 및 관리직에 의한 구타 및 욕설 등이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회사는 초기에 노동자들의 자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다가 사태가 심각해지자 5월 26일에야 궈타이밍 회장이 공개사과에 나섰다. 그러나 공개사과 직후 또다시 노동자가 투신자살함으로써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이 사태가 종결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시민․노동단체들은 팍스콘 노동자들의 비극에 깊은 슬픔을 느끼면서 팍스콘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혼다 중국공장 등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동자들의 저항 뒤에는 노동자들을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기업들의 야만적 본성이 자리 잡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저임금을 주고 노동자들을 억압해도 일할 사람은 얼마든지 널려 있다는 중국 진출 자본들의 머릿속 계산이 사라지지 않는 한, ‘중국 자살률에 비교하면 42만 명 규모의 공장에서 13명이 자살한 것은 대수롭지 않다’는 말은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비열한 속성은 ‘일반 인구에 비교하면 수만 명이 일하는 공장에서 이삼십 대 노동자 50여 명이 암에 걸린 것은 대수롭지 않다’고 주장하는 한국의 삼성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추앙받는 애플 회장 스티브 잡스 역시 다를 바 없다. 그는 팍스콘이 노동착취기업이 아니라며 자신의 하청업체 사업주를 옹호하고 나섰다. 그러나 절망 속에 자신의 생명을 내던져야만 했던 노동자들의 죽음이 그치지 않자, 저들은 비로소 노동자들 앞에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시늉에 나선 것이다.
아이폰 등 첨단 전자제품 속에 감추어진 노동자들의 피와 눈물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그리고 연대하여 싸우지 않는다면 이런 일들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며, 자본은 좀 더 싼 값에 말 잘 듣는 노동자들을 찾아 전 세계를 들쑤시고 다닐 것이다.
바로 이러한 자본에게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음을, 그리고 노동자들을 소모품 취급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음을 경고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국제연대가 필요하다. 팍스콘 노동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강력한 노동자의 국제연대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일터와 삶터를 만들어가자!
2010. 6. 14
국제민주연대, 마창거재산재추방운동연합, 산업보건연구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전국금속노동조합,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동우화인켐분회, 하이텍RCD코리아지회,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건강한노동세상, 경기비정규노동센터, 노동건강연대, 다산인권센터, 다함께,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민주노총 경기법률원,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회당 경기도당, 사회주의노동자당 경기준비모임,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원진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인천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진보신당 경기도당,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