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질환 관련 추가 역학조사 절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 20일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잇단 돌연사가 작업환경과 관련이 있다는 역학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역학조사에 포함된 심장과 암질환의 관련성 외에 뇌와 말초신경계통 질환을 앓는 노동자들의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1일 이를 ‘제2의 태국 여성 이주노동자 노말핵산중독 사건’이라고 입을 모으며 정부의 추가 역학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태국 여성 이주노동자 노말핵산중독은 2005년 1월 경기 화성시의 한 LCD·DVD 부품업체에서 태국인 여성 노동자 5명이 유기용제로 세척작업을 벌이다 하반신이 마비되는 ‘다발성 신경장애’(일명 앉은뱅이병)를 앓아 논란이 됐던 사건이다. 이들은 당시 보호장비도 없이 하루 평균 10시간 넘게 노말핵산에 노출된 상태에서 기름 때 제거작업을 했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유족대책위 자문의사단의 노상철 단국대병원 교수는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쓰는 솔벤트를 비롯해 타이어 공장은 톨루엔, 크실렌, 벤젠 등 다양한 유기용제에 노출돼 있어 노동자들은 노말핵산중독처럼 뇌신경과 말초신경 등의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원진녹색병원 윤간우 산업의학과장은 “노말핵산중독사건 등 유기용제가 신경계 질환을 일으키는 사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면서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에 대해 하루빨리 신경과적인 집단 검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역학조사 결과보고서도 화학물질 노출환경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고무타이어공장 노동자는 유해성이 밝혀지지 않은 다양한 화학물질에 노출된다. 한국타이어 공장에선 환기가 제대로 안돼 작업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김은아 역학조사팀장은 “노동부장관, 근로복지공단, 노동자 건강진단기관 의사, 노동자와 사업주 합의체 등이 요청하면 절차에 따라 이부분도 역학조사가 가능하다.”면서 “단 연구원은 사법권이 없어 병에 걸린 사람들의 작업환경과 똑같은 조사환경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