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전농, 참여연대 등 29개단체 대표들은 건강보험 재정분리 철회를 촉구하며 27일 13시부터 한나라당사 앞에서 밤샘농성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아래는 26일 기자회견문 전문입니다.

건강보험 재정분리 철회를 요구하는 노동,농민,시민단체 기자회견문
– 2001. 12. 26 14:00 한나라당 앞

1. 한나라당은 건강보험 재정분리법안을 즉각 철회하라!

한나라당은 지난 24일 국회보건복지위원회를 소집해 재정분리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였다. 법이 정한 건강보험 재정통합 예정일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일어난 일이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현행법상 내년 1월 1일 시행이 불가피한 것을 알면서도 강행처리가 부담스럽고 부결될까 우려된다는 정치적 이유로 본회의 처리를 미루려고 하는 것은 민생은 없고 오로지 정략만이 지배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나라당의 재정분리법안 강행처리로 당장 엄청난 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통합을 기정사실로 하고 통합을 준비해왔던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갑자기 바뀐 변화에 속수무책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통합에 맞추어 많은 예산을 투입해 전산체계를 구축하고, 업무개발을 추진하여 왔지만 재정분리가 확정되면 그 동안의 통합준비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국민의 혈세는 날아가게 될 판이다.

이 뿐만 아니다. 재정통합을 전제로 세웠던 재정안정대책은 다시 원점에서 새로 짜야하고 어렵사리 추진돼 오던 재정파탄의 해결 노력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우선 재정이 분리되면 내년도 직장과 지역의 보험료율을 인상부터 달라지게 된다. 재정안정대책에 의해 내년에 직장과 지역 각기 9%씩 인상하려던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재정형편에 따라 직장은 최고 40%이상의 보험료 인상을 해야 재정수지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지역은 동결해도 문제가 없게된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책임은 한나라당이 져야한다. 만약 한나라당이 최소한의 책임정치를 할 의향이 있다면 지금 당장 재정분리법안을 철회하고 건강보험의 올바른 정착과 재정안정 해결 노력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2. 힘의 논리로 사회적 합의를 깨려는 행위를 중단하라!

의료보험 통합은 현재의 여당, 야당이 지난 80년 이후로 합의한 우리나라 의료보험정책의 발전 방향이었다. 1981년 정기국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정부에 의료보험통합법안을 제출하도록 결의하였고, 1989년에는 의료보험 통합을 규정한 ‘국민의료보험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시켰으며, 1997년에는 신한국당(현 한나라당)이 주도하여 현 통합정책의 근간인 ‘국민의료보험법’을 통과시켰다.

특히,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은 의보통합의 추진 방법으로 3단계 통합론을 제시하고 이의 실천을 국민에게 약속한 바 있다. 먼저 1단계로 지역의료보험과 공무원교직원 의료보험의 조직을 통합하고, 이어 지역과 직장의료보험의 조직을 통합하며, 마지막으로 지역과 직장의료보험의 재정을 통합한다는 것이다. 98년 정권이 바뀌었지만 의료보험통합은 한나라당이 추진했던 통합원칙에 따라 지역과 직장의 조직을 통합하는 2단계 통합을 추진하였고, 마지막으로 내년 1월에 지역과 직장의 재정을 통합하는 3단계통합을 완료함으로써 완전한 통합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말해 의료보험통합은 여야 합의에 의해 추진되었을 뿐 아니라 통합의 시작과 방향은 모두 한나라당이 추진하고자 했던 원칙과 방향에 따라 진행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통합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통합을 무산시키는 재정분리 법안을 강행처리하는 것은 자기모순이자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라 하겠다.

3. 한나라당은 대선을 위한 정략적 야합을 포기하라!

한나라당은 최근 교원정년을 연장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에 이어 건강보험 재정분리법안을 많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들 개정법안의 배후에는 법 개정을 통해 이익을 보는 이해세력이 존재하고 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교원정년 연장의 배후에는 20만에 달하는 한국교총이 있고, 이번에 처리하고자 하는 건강보험 재정분리는 한국노총의 이해가 걸려 있다.

한국노총은 과거 건강보험통합을 바람직한 정책대안으로 검토하여 왔지만 98년 직장의료보험노조가 민주노총에서 한국노총으로 옮기면서 반통합으로 입장을 선회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직장의보노조는 건강보험공단내 2개의 노동조합 중 사회보험노조(약 5,300여명)에 이어 약 2,900여명의 노조원 수를 보유하는 노동조합으로써 통합이 될 시 소수조직으로서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줄곧 통합을 반대하여왔다. 외견상으로는 재정분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조직분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결국 한나라당의 재정분리 이면에는 한국노총의 조직보호논리가 숨어있고, 그 뒤에는 직장의보노조의 집단이기주의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한나라당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한국노총과의 정략적 야합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국민보다는 직장의보노조 조직보호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4. 재정분리에 반대하는 의원을 강제로 사,보임시키고 과연 새로운 정치 운운할 수 있는가!

한나라당은 재정분리를 강행하기 위해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의 소신마저 무시하고, 재정분리에 반대하는 소속의원을 강제로 사·보임 조치하는 등 힘의 논리를 앞세워 국민적 합의를 깨려하고 있다. 이는 입법기관인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키는 처사일 뿐 아니라, 그동안 한나라당이 여당을 비난해 오던 다수의 횡포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겠다.

특히, 한나라당이 당론에 배치된다며 상임위를 강제로 바꾼 김홍신의원은 지난 수년동안 여러 여론조사기관 등에서 가장 우수한 의정활동을 해왔던 국회의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상임위에서도 재정분리에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을 조목조목 밝히면서 법으로 정해진 재정통합 일정이 차질없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한바 있다. 과연 한나라당이 이런 국회의원을 강제 사,보임시키고 어떻게 새로운 정치 운운할 수 있는지 국민에게 분명한 답을 하여야 한다.

5.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내년 1,1일로 예정되어 있는 재정통합을 차질없이 추진하라!

비록 국회 상임위에서 재정분리법안이 통과되었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곧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재정분리법안이 법적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고 대통령이 이를 공포하여야 한다. 이제 입법을 위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법안이 상정되었다고 기존의 법이 모두 폐기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로서 실정법으로 법적효력을 갖추고 있는 법은 현행 통합법인 국민건강보험법 뿐이다.

따라서 정부는 당초 통합 추진 일정대로 차질없이 재정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옳다. 정치적 문제는 정치권에서 해결할 일이고 행정부는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충실히 법 집행을 하면 그만이다.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도 건강보험 정착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그동안 통합이든 분리든 모든 것을 국회에 맡기고 지켜보겠다는 무책임한 태도에서 벗어나 법이 정한 재정통합 일정대로 차질없이 추진할 것을 다시한번 촉구하고자 한다.

공대위의 요구

1. 국민에게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는 재정분리법안을 즉각 철회하라!

2.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건강보험 재정분리 의도를 즉각 중단하라!

3. 대선을 목적으로 민생법안에 대한 정략적 야합기도를 즉각 중단하라!

4.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내년 1월 1일로 예정되어 있는 재정통합을 차질없이 추진하라!

2001.12.26

민간의보 저지와 건강보험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 가난한이들의건강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건강연대/기독청년의료인회/노동건강연대/노동자의힘/민주노동당/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중복지연대/서울DPI/서울YMCA/사회당/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인권운동사랑방/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전국사회보험노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정신개혁시민협의회/참된의료실현을위한청년한의사회/참여연대/전국빈민연합/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참가단체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