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한국의 기업은 노동자 생명과 건강에 관한 ‘글로벌 스탠더드’부터 준수하라
–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하며

4월 28일은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220만 명, 하루에 5,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기업의 무분별한 이윤 추구 행위 때문에 희생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공식적으로 한국은 ‘산재 왕국’이다. 노동부의 공식 통계로도 2007년 한 해에만 2,406명의 노동자들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하루에 7명의 노동자가 죽는 꼴이다. 이러한 통계 수치가 말해주는 바는 명확하다. 그것은 한국의 기업이 산재사망 예방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조치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과로로 인해 노동자들이 죽어갈 정도로 노동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이번에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한국타이어는 이러한 한국 기업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장시간 노동, 교대 근무, 억압과 차별, 감시와 통제, 유해한 화학물질 사용 등으로 노동자를 죽게 만들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준수는 아예 관심 밖의 사안이었다. 산업재해 은폐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 세계 7위의 매출 규모를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인 한국타이어였지만, 노동자 생명과 건강에 대한 책임 수준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 못 미쳤다. 이것이 현재 한국 기업의 현주소이다.

요즘 한국의 대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들먹이며 다양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지만, 정작 윤리적 기업이 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우리는 노동자를 죽음의 자리로 내몰면서 사회에 몇 천 억을 기부하는 기업이 결코 윤리적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한 기업은 오히려 몇 푼의 기부금으로 노동자를 죽인 대가를 치르려는 비윤리적 기업일 뿐이다.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범죄 행위이다. 한국의 굴지의 기업들은 괜한 돈 들여 언론에 광고하며 ‘사회적 책임’ 운운하는 2중성을 버려야 한다. 한국의 기업들은 땀 흘려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그 가족의 행복을 빼앗지나 말라. 한국의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번지르르한 이미지만 만들려 하지 말고, 그 돈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권리부터 보장하여야 한다.

그런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은 매우 우려스럽다. 최근 경총은 새 정부에 규제완화를 위한 건의를 했는데, 전체 97건의 건의 과제 중 23건이 노동안전보건과 관련된 규제완화 과제였다. 현재 정부는 경총의 건의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규제는 규제완화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는 적극적으로 규제완화를 외치는 미국에서조차 일반화된 상식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노동안전보건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기업의 몰염치함에 덩달아 놀아나면 안 된다. 기업의 이윤 보장에 앞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임을 이명박 정부는 명심하여야 한다.

2008. 4. 28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