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4월 28일은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220만 명, 하루에 5,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기업의 무분별한 이윤 추구 행위 때문에 희생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공식적으로 한국은 ‘산재 왕국’이다. 노동부의 공식 통계로도 2008년 한 해에만 2,422명의 노동자들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하루에 7명의 노동자가 죽는 꼴이다. 이러한 통계 수치가 말해주는 바는 명확하다. 그것은 한국의 기업이 산재사망 예방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조치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주)코리아2000은 이러한 한국 기업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노동자 건강에 대한 무관심과 무책임, 법을 무시한 이윤 추구 행태 등이 복합되어 죄 없는 40명의 노동자가 한 날 한 시에 떼죽음을 당하였다. 특히 건설기업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한국의 건설기업은 관료, 지역 토호 등과 유착하여 환경을 파괴하고 부동산 가격을 올릴 뿐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와 생명을 앗아가는 데도 으뜸이다. 2008년 한 해에 건설업 단일 업종에서 산재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가 592명이다. 이는 전체 산재사고 사망자의 41%에 달하는 수치이다.
요즘 한국의 대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들먹이며 다양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지만, 정작 윤리적 기업이 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우리는 노동자를 죽음의 자리로 내몰면서 사회에 몇 천 억을 기부하는 기업이 결코 윤리적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한 기업은 오히려 몇 푼의 기부금으로 노동자를 죽인 대가를 치르려는 비윤리적 기업일 뿐이다.
기업의 이러한 비윤리적 행태는 경제위기를 맞아 더욱더 극심해지고 있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경제를 어렵게 만든 주범들이 책임을 지기는커녕 그 피해를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곳간에 현금을 쌓아두고도 경제위기라 어렵다며 노동자를 해고하려 하고 있다. 실업과 불안정 노동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잠식한다.
그런데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명박 정부의 노동 정책 및 노동안전보건 정책이다. 기업의 비윤리적 살인 행위에 족쇄를 채워야할 정부는 오히려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며 살인 행위를 방조하고 있다.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이 시기에 정부의 이러한 행태는 더욱 큰 문제다. 경제위기는 노동자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실업, 불안정 노동, 실질임금 감소, 사회안전망 와해 등에 대해 적절한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저소득 노동자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노동자 건강 파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경제위기를 맞아 증가할 가능성이 많은 비관 자살 문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비정규직법 개악, 최저임금법 개악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정부가 이와 같이 경제위기에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정부는 식물 정부를 넘어선 살인 정부로 낙인찍혀 광범위한 사회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산재사망대책마련을위한공동캠페인단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민주노동당(홍희덕의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