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노동조합이 있어야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다
– 국제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날을 맞아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하며

46명의 해군 희생 장병에 대한 추모의 물결이 뜨겁다. 그들의 죽음에 온 국민이 눈시울을 적시는 까닭은, 그 죽음에 아무런 이유가 없고, 그 죽음을 책임지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온 국민과 같은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러나 여기 지금 그들과 더불어 추모되어야 할 이들이 더 있다. 바로 2009년 한 해 동안 산재로 사망한 2,181명의 노동자들이다.

4월 28일은 국제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220만 명, 하루에 5,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기업의 무분별한 이윤 추구 행위 때문에 희생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공식적으로 한국은 ‘산재 왕국’이다. 노동부의 공식 통계상 2009년 한 해에 2,181명의 노동자들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하루에 6명의 노동자가 죽어간 것이다. 이러한 통계 수치가 말해주는 바는 명확하다. 그것은 한국의 기업이 산재사망 예방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조치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정부는 이를 방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GS 건설은 이러한 한국 기업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노동자 건강에 대한 무관심과 무책임, 법을 무시한 이윤 추구 행태 등이 복합되어 죄 없는 노동자가 이유 없이 죽어가고 있다. 건설기업의 경우는 특히 그 정도가 심각하다. 한국의 건설기업은 관료, 지역 토호 등과 유착하여 환경을 파괴하고 부동산 가격을 올릴 뿐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와 생명을 앗아가는 데도 으뜸이다. 2009년 한 해에 건설업 단일 업종에서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가 606명이다. 이는 전체 산재 사망자의 27.8%에 달하는 수치이다.

한편, 행정안전부 지역경제과 지역희망일자리추진단의 특별상 수상이 말해주는 바도 의미심장하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 하지만, 그러한 정부가 나서서 창출한 일자리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앗아가는 것이었다. 정부가 나서서 죽음의 일자리를 만든 것이다. 이는 현재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문제점을 보여줌과 동시에, 현 정부가 얼마나 노동자 생명과 건강에 관심이 없는지를 적나라하게 웅변하는 것이다.

요즘 한국의 대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들먹이며 다양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지만, 정작 윤리적 기업이 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우리는 노동자를 죽음의 자리로 내몰면서 그럴싸한 공익광고나 일삼는 기업이 결코 윤리적 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한 기업은 포장된 이미지로 노동자를 죽인 치부를 덮으려는 비윤리적 기업일 뿐이다.

그런데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명박 정부의 노동 정책 및 노동안전보건 정책이다. 기업의 비윤리적 살인 행위에 족쇄를 채워야할 정부는 오히려 ‘노동조합의 씨를 말리겠다’는 각오로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 2010년 국제 산재사망 노동자의 날을 맞아 국제 노동조합 및 노동단체가 정한 구호는 “노동조합이 있어야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 정부는 노동조합 말살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러한 정책 하나만으로도 노동자들은 더욱 불안전하고 불건강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점에서, 현 정부는 기업의 노동자 살인에 대한 방조자를 넘어 공범이다.

우리 사회는 죄 없이 이유 없이 죽어간 2,181명의 노동자의 생명에 대해 정당한 추모의 예를 갖추어야 한다. 더불어 그러한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회가 나서서 기업과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여기 모인 우리들은 그러한 날이 올 때까지 죽은 이를 기억하며 산 자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2010. 4. 27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민주노동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신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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