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보건의료인으로서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현 정부의 노동 정책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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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에만 네 분의 노동자들이 현재의 노동현실에 저항하며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버렸습니다. 고 김주익 한진중공업 노동조합 지회장의 투신으로 시작된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은, 현재 우리나라의 노사관계와 노동 현실이 얼마나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죽음은 우리사회의 기업주들이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조치를 포함한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여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얼마나 악의적으로 제한하고 있는지를 똑똑히 드러내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노동자들의 죽음은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얼마나 차별 받고 있으며, 그 차별로 인해 얼마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지를 볼 수 있게 하여 주었습니다. 이와 같이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 막다른 골목에서 죽음밖에 선택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을 만든 장본인들은 도대체 누구이고, 이렇게 되기까지 정부는 무엇을 한 것입니까?

노동자파업에 대한 손배소송과 가압류조치 적용은 노동삼권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에 위배 되는 바 금지되어야 합니다.

개인 대 개인의 관계에 적용되는 민법상의 손해배상 제도를 노사 관계에 적용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사업주와 노동자의 관계는 쌍방이 평등하고 수평적인 조건에서 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업주에 비하여 노동자가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반영하여, 노동삼권으로 집약되는 노동자의 권리는 헌법상에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권리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노사 관계에 손배가압류 등 민법상의 손해배상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노동3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해치는 것이며 당연히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입니다.

또한 현재 사업주는 너무나도 비인간적인 형태로 손배가압류 제도를 악용하고 있습니다. 고 김주익 지회장은 손배 가압류로 인하여 월급중 실수령액이 겨우 13만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진중공업 노동자에게 남아 있는 손해배상액수는 천5백억원 규모입니다. 이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는 상황입니까? 노동조합 활동을 하였다고 해서 노동자와 그의 가족을 굶어 죽게 만들어도 된다고 도대체 누가 사업주에게 허락해준 것입니까?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부의 태도입니다. 정부는 지난 1월 두산중공업 배달호 씨가 손배가압류의 문제점을 폭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노동자파업에 대한 손배가압류 적용의 개선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자신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가기는커녕, 지난 7월 정부 자신이 철도파업에 대해 75억원의 손배소송을 제기하고 가압류 조치를 하였습니다. 참여정부의 말과 실천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습니까? 정부는 입으로만 제도개선을 말하기 전에 스스로 제기한 손배가압류 조치를 철회해야 하며 비인간적인 노동자 파업에 대한 손배소송과 가압류조치 적용을 금지해야 합니다.

‘현대판 노예’와 다름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철폐되어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임금노동자의 50% 이상이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이들이 받고 있는 차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문제 제기가 되었습니다. 비정규직이라고 하여 아예 노동3권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사회보험의 혜택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노동자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임금, 노동시간, 노동환경 등 모든 노동조건이 정규직에 비하여 열악합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물론입니다.

더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도 매우 심각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많이 다치거나 죽고 있습니다. 2001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하여 6. 3배나 더 많이 산업재해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산업재해를 당해도 이를 산재보험에 의해 해결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단지 18%밖에 되지 않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공약으로 또 집권초기에 여러 번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대기업 노동자들의 노동쟁의에 대해 대통령이 노동운동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충고’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정부가 실제로 보여준 것은 무엇입니까?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모는 현실이 노무현 정부의 현실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지금까지 비정규직 차별에 대해 아무런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정부는 현재보다 여러 면에서 더욱 개악된 형태의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정부안으로 상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공공 부문에서 비정규직 채용이 늘어나고 차별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당장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실태를 파악하고 차별을 철폐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비정규직의 차별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제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정부는 죽음으로 항거하는 노동자들의 외침에 진지하고 성실하게 응답하여야 합니다.

정부는 다수의 노동자들이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다는 절박함속에서 죽음을 선택하도록 만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아니 바로 노무현 정부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현실에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입니다. 정부는 손배가압류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하여 노동3권을 침해하는 사업주에게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음은 물론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부문에서도 똑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하여 아무런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에 더하여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차별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노동 귀족’ 운운하며 대다수의 노동자들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였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후 불과 8개월 동안 무려 138명의 노동자를 구속했고 파업현장에 다섯 차례나 경찰병력을 투입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의 온갖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같은 기간에 단 한 명의 사용자도 부당노동행위로 구속처벌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의 보호를 가장 귀중한 가치로 생각하는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그 무엇과도 싸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우리의 의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부당한 노동 정책으로 인하여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노동자들이 다치고 병들고 있습니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지금처럼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정부의 노동 정책에 반대합니다. 그리고 죽음으로 항거하는 노동자들의 외침에 정부가 성실히 응답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 보건의료인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기 위하여 정부의 노동 정책에 근본적인 개혁이 있을 때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우리의 요구
1. 정부는 정부가 제기한 손배가압류 조치를 철회하라
1. 정부는 부당하고 비인간적인 노동자 파업에 대한 손배가압류 적용을 금지하라
1. 정부는 실질적인 비정규직 차별 철폐 방안을 수립하라
1. 정부는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현재의 노동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