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비공, 포드자동차 상대 석면피해 소송 승소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08-02-27

호주에 사는 자동차 정비공이 포드자동차를 상대로 석면 피해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법원은 포드자동차에게 84만달러(약 7억4천만원)를 보상하라고 명령했다.

이탈리아 출신 이주노동자 안토니노 로 프레스티(58) 씨는 지난 70년부터 87년까지 17년 동안 자동차 정비업무를 했는데, 주로 석면이 함유된 브레이크라이닝을 자동차에 장착하는 일을 했다. 프레스티 씨와 동료들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그들은 석면 먼지가 머리카락에 쌓일 정도로 더러운 환경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스티 씨는 “94년까지 이런 식의 정비업무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프레스티 씨는 오랜 기간 정비공으로 일하면서도 브레이크 먼지와 석면에 노출되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포드자동차는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이 석면에 대한 피해를 미리 예건하고 대책을 세워야 했다는 지적이다.

프레스티 씨는 2000년 석면폐증 진단을 받고 회사를 그만뒀으며, 포드자동차를 상대로 5년 간 법정싸움을 벌였다. 이번 사건을 맡은 마이클 마가자니크 변호사는 “프레스티 씨가 석면피해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에 이에 상응한 임금을 보상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런데도 포드자동차 측은 아픈 환자에게 5년 간 싸우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바레인, 기업주 산재 보고의무 강화

페르시아만 서안에 위치한 바레인이 산업재해 보고와 관련한 새로운 법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주는 산재사고가 발생할 경우 무조건 정부에 보고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강력한 처벌과 벌금형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바레인 정부에 따르면 2006년 5월부터 기업주의 산재 보고의무를 법제화했으나 기업들이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바레인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도 노동부령에 의해 사업주의 재해 보고의무가 명시돼 있지만 지키지 않는 사업주들이 늘어나고 있어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현재 검토 중인 개정안은 재해의 경중 여부를 떠나 모든 산재사고를 정부에 보고하고 이를 어기면 강력한 처벌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사업주들은 재해발생 24시간 내에 정부에 알리고 48시간 동안 재해장소를 보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해자를 구출하기 위한 불가피한 현장훼손이나 2차 재해 우려에 따른 조치는 제외된다.

바레인에서는 지난해 산재사고로 28명이 사망했다. 2006년(19명)에 비해 50%나 늘었다. 바레인 정부는 건설현장이 증가하면서 산재사고 사망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의 산업안전 책임자인 알리 압둘라 마키 씨는 “사업장을 방문해 감독을 벌인 결과 70%가 산업안전법을 위반했으며, 특히 재해 보고의무 위반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유럽, 2시간마다 1명꼴로 산재사망

유럽연합(EU) 15개 국가에서 매년 발생하는 산재사고는 760만 건으로 평균 4천90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다. 5초마다 산재사고로 인한 부상자가 발생하고 2시간마다 한 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셈이다. 산재사고와 직업병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15개국 대부분 국가에서 국내총생산(GDP)의 2.6~3.8% 수준에 달한다.

이에 따라 유럽 산업안전보건청(EU-OSHA)은 최근 ‘산업안전보건은 기업과 국가경제의 성공요인’이라는 주제의 홍보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보건청은 특히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사고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보건청에 따르면 전체 산재사고의 82%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중대재해 발생비중은 90%가 넘는다. 유럽의 중소기업은 총 2천300만여 개로 고용인원만 1억여 명에 달한다. 보건청은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열악한 산업안전보건 환경으로 한꺼번에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산재사고 발생으로 9일 이상 운영이 중지된 경험을 가진 기업 10곳 중 6개 곳이 폐쇄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현장의 산업안전보건 문제도 주요하게 제기된다. 유럽의 건설산업은 연간 9천20억 유로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 중 8.5%가 산업재해나 직업병으로 인한 비용이다. 매년 750억 유로(약 105조원)가 노동자의 건강문제 해결비용에 쓰인다. 보건청 관계자는 “우수한 산업안전보건 전략은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증가시키고 보험료나 경영혼란과 같은 경영 손실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