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자, 황유미 추모제 열린다
삼성본관 앞 3월 6일 저녁 6시에 열려.. “반도체 노동자들 외면해서는 안돼”
윤보중 기자bj7804@nate.com
삼성반도체 공장에 취업한 상고출신 여성노동자들의 성적은 대부분 우수했다. 황 씨는 “엄마 돈 많이 벌어올께”라며 수원행 버스에 올랐고, 1년 반 남짓 근무한 끝에 결국 백혈병 환자로 돌아왔다. 황 씨의 외할머니는 손녀에 대한 슬픔을 이기지 못해 병환으로 쓰러져 이승과의 인연을 먼저 놓고 말았다. 당시 황 씨의 가족들은 할머니의 장례때 들어온 얼마의 돈을 보태 황 씨를 치료했다. 할머니가 손녀를 살린 셈이었다. 그러나 황 씨는 골수이식 이후 회복의 기미를 보이다가 다시 병이 재발됐고, 2차 이식 수술을 준비하던 중 악화된 건강을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오는 3월 6일은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23살 나이로 숨진 고 황유미 씨의 첫 번째 기일입니다. 고 황유미 씨를 포함해서 무노조 삼성과 반도체 산업이 앗아간 젊은 생명에 대해 추모의 뜻을 밝히고, 삼성과 대정부 규탄, 이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의미에서 고 황유미 씨의 첫번째 기일에 맞추어 추모 행사를 가집니다.”
마침내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 및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가 황유미 씨의 추모제를 삼성본관 앞에서 3월 6일 오후 6시에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추모제는 2007년 3월 6일 사망한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3라인 근무자 황유미(당시 23세)씨의 넋을 기리는 첫 행사로 삼성반도체 사상 처음으로 한 노동자의 죽음을 기리는 날로 기록될 전망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폭로와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건과 같은 삼성관련 사건들이 우리 사회 전반에 굵직한 영향을 남기고 있는 점을 생각한다면, 잔업과 특근에 시달리며 한달 100만원 수준의 임금을 받았던 나이 어린 여성노동자의 죽음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아보인다. 그러나, 삼성반도체 대책위에서 활동하는 한 활동가는 황 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의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황유미 씨의 죽음은 지난 196-70년대 제조업 부문에서 수많은 나이 어린 여성노동자들이 피흘리고 죽어가며 경제 발전의 희생양이 됐던 것과 유사합니다. 저들은 반도체 산업이 경제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늘어놓지만, 나이 어린 여성노동자들라고 해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기업이 이를 외면하거나 억압한 채, 무조건 사건을 은폐하려하는 것은 부끄러운 과거와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최근 노동부는 황 씨의 죽음과 관련해, 13개 반도체 업체를 상대로 사상 최초로 노동자 건강실태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황 씨의 죽음과 진상규명을 둘러싼 논란은 황 씨 사망 직후 1년 째를 맞이하고 있다. 최초 언론에 노출된 백혈병 사망자에서 1년만에 황 씨는11명의 백혈병 발병자 중 한 명으로 그 자리를 옮겼다.
황 씨 죽음에 대한 논란은 바야흐로 국내 반도체 산업 20년 성장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