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주민 스트레스 전쟁 피해와 비슷”
시민사회단체 태안주민 건강, 정신 피해 조사 발표
김태환 기자docu6mm@nate.com
기름유출사고로 시름하는 태안주민 5명 중 한명은 최근 일주일간 자살충동을 느꼈으며 이들 가운데 절반이상은 하루에 한번 이상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으로 드러나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엽합과 녹색연합, 색명인권운동본부는 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름유축과 부실방제로 인한 태안주민 신체건강 및 정신적 피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태안군 피해지역 거주민 3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식 조사에 따르면 방제작업 중 원유에 호흡기가 노출된 경우가 87%, 눈과 입이 노출된 경우도 각각 26%, 2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기용제용 마스크나 장갑, 보호용 안경을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심지어 방제복을 3분의 2가 입었으나 유해물질의 피부침투를 막지 못했다. 이는 지난달 문화방송이 보도한 내용과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이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는 두통(70%), 매스꺼움(58%), 어지러움(56%), 눈 따가움(51%), 기침 (50%) 순이었으며, 신경계증상과 눈증상, 호흡기계증상, 피부증상 등 다양한 증상을 보였다.
조사 주민들 가운에 절반이상인 170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STD)’를 보이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우울증이 41%(131명), 강박장애 35%(108명), 신체화장애 27%(84명)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이는 내부 대조군(피해 지역 내 방제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스트레스 장애가 4배, 적대감 11배, 강박장애와 불안은 3배나 많은 숫자다. 또 대조군이 피해 지역 내 거주자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문제점은 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용범 생명인권운동본부 대표는 “태안주민들이 보이는 PSTD 수준은 전쟁이나 강간피해자의 증상에 준한 수준”이라며 “지난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수치보다도 높은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1주일 동안 죽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은 20%(63명)이고 그 중에서 65%(41명)가 그런 생각을 하루에 한번 이상씩 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6명은 실제로 1번 이상 자살을 시도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89%가 ‘기름유출사고 이후 경제적 문제’라고 꼽았으며 주민들은 기초생계 지원(44%), 정부의 선보상(33%)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게 해결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이 같은 결과는 기름유출에 대한 초기대응이 미비했고 정부의 방제 매뉴얼이 쓸모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특히 지금까지 어떠한 피해상황 기록이나 관리 심지어 자원봉사자에 대한 기본적인 인적사항도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최 사무처장은 대책으로 “피해상황을 종합기록하고 관리하는 지휘본부를 시급이 만들고 IOPC펀드 배상매뉴얼을 꼼꼼히 준비해 3천억 전액을 지급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면서 “이와는 무관하게 삼성중공업의 중과실을 입증해 모든 피해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는 별도로 “국내 정유회사들이 왜 IOPC펀드의 2004년 ‘추가 기금 배상에 관한 협정’에 가입하지 않았는지도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달 16일과 17일 이틀간 태안군 해안마을 거주자 325명을 직접 방문해 면접 설문조사 방법으로 조사한 자료로 주민들은 조사 당일까지 45~50일을 동안 하루 평균 7시간씩 방제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