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보다 살인적 노동시간이 두려운 소방공무원
24시간 격일제 근무, 월평균 184시간 초과노동 … 나홀로 소방서도 537곳
매일노동뉴스 구은회 기자
소방공무원들이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노동시간을 감당하다보니 타 공무원들에 비해 수명도 짧으며, 진압장비 노후·보호장비 미비로 인한 사망사고도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4일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손영태)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화재현장에서 불을 끄다 숨진 소방공무원이 6명에 달한다. 최근 골프장 화재현장에서 ‘나홀로’ 불을 끄다 조동환 소방위(추서·고양시 일산소방서)가 임무 수행 도중 10미터 아래로 추락해 순직한 것은 대표적 사례. 지난 1월 이천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는 사흘 연속 24시간 동안 일했던 이수호 소방경(안성소방서)이 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전·현직 소방공무원으로 구성된 소방발전협의회에 따르면 전국에는 3만400여명(2007년 12월 현재)의 소방공무원이 16개 광역자치단체 소속 지방직 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이들 중 2만700여명은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지방으로 갈수록 사정은 더욱 열악한데, 하루 1명의 소방공무원이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하고 있는 ‘나홀로 소방서’도 전국 537개소에 달한다.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들은 월 평균 360시간을 일한다. 월간 법정노동시간(공무원정규근무시간)인 176시간 외에 무려 184시간의 초과근무를 하는 셈이다. 박명식 소방발전협의회 회장은 “초과근무에 따른 보상은 전국 평균적으로 68시간만 인정된다”며 “초과근무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방공무원의 안정과 직결되는 소방차량과 각종 진압장비의 노후 상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적은 인원으로 열악한 장비를 들고 화마과 맞서야 하는 소방공무원들은 다른 공무원들에 비해 평균수명도 짧은 편이다. 200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소방직공무원들의 평균수명은 62.8세로 조사됐다. 이는 교육직(70.0세), 경찰직(65.0세), 일반직(65.6세)보다 낮은 것이며, 우리나라 남성의 평균수명(72.8세)보다도 낮은 것이다.
게다가 각 광역지자체 소속 지방직 공무원으로 편입돼 있는 소방공무원들은 “인력이 충원되는 등 현재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노사 교섭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할 길은 막혀 있는 상황이다. 공무원노조법상 소방직·교정직 등은 노조가입 예외 대상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라일하 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소방행정 예산권을 지자체가 쥐고 있는 한 소방공무원들의 노동조건 개선은 요원하다”며 “국가와 지방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소방조직을 국가조직으로 재편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