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산재보험, 민영화 논란 잠재울까
사측”일단 지켜보겠다”, 민노총 일각”개악에 다름 아니다”

[메디컬투데이 이동근 기자]

건강보험 등 공보험들의 민영화가 논의되는 가운데 산재보험에서도 민영화가 도입의 가능성이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의 개정안이 공개되면서 일단 민영화 논란은 줄어드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번 개정안이 얼마나 노·사측의 입장을 반영하고 이견을 줄였느냐는 것. 어느 쪽이든 만족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민영화 논의는 언제든 다시 머리를 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민영화 논란, 일단은 수면 아래로

공보험의 민영화 요소 도입은 그간 보험업계에서 꾸준히 주장된 내용이다. 그것이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자시절 금융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공보험의 민영화 건의가 있었음이 공개되면서 민영화가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중 산재보험의 경우 현대해상 이철영 대표가 공기업들의 민영화 과정에서 산재보험을 민영화 시기가 됐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산재보험의 운영의 방만성에 대해서는 많은 지적이 있었던만큼 관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2007년12월 노·사·정 합의끝에 산업재해보상법(이하 산재법)이 통과되고, 27일 이에 따른 시행령·시행규칙개정안까지 통과되면서 일단은 진정되는 분위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노동경제연구원 관계자에 따르면 경영자측은 일단 민영화에 대해 “생각은 하고 있으나 시급하게 내놓지는 않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12월 노·사·정합의를 통과된 보상법 개정안에서 요양관리 부분에서 대폭 개선을 했기 때문에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또 “과거 산재법이 엉망일때는 많이 주장했으나 지금 개정안은 경영자나 노동자 양측에 유불리한점이 섞여 있고 요양관리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일치를 봤기 때문에 일단은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 개정안, 산재보험 누수 줄이나

민영보험의 도입안이 논의될만큼 문제가 됐던 부분들이 이번 산재법의 개정을 통해 개선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관계자들은 “아직 이야기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2007년12월 산재법 개정에 이어 최근 발표된 시행령·시행규칙개정안에서는 그간 민영보험과 비교돼온 보험료율과 서비스 면에서의 세세한 개정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일단 법 자체 개정만으로는 불만이 없다는 것이 대부분 관계자, 특히 사측의 입장이다.

우선 서비스 면에서 근로복지공단 산하에 업무상질병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업무상 질병위원회가 신설됐으며 간병료의 지급기준이 세분화 됐다. 또 요양급여의 신청 및 처리절차가 간소화 됐으며 산재보험 의료기관에 대한 지정취소가 가능해져 서비스의 질적 개선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 고용주인 사측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도 가장 논란이 많았던 장애등급 판정 기준이 세분화 되고 판정기준이 개선되는 한편 산재보험 의료기관은 요양 중인 근로자의 요양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진료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급여의 1.5배, 허위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청구한 경우에는 부당 청구한 진료비의 1.5배부터 3배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진료제한의 사유별로 과징금의 기준을 확정, 그간 방만한 운영의 원인이며 보험금 누수의 원인으로 꼽혔던 장기입원자 수를 줄이도록 했다.

특히 이같은 개선안은 산재보험의 누수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그간 고용보험으로 인한 사측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보험료율이 확실히 개선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언급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제도개선만이 아니라 산재보험을 운용하는 근로복지공단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총 노동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형식적인 제도개선만으로는 결국 또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며 “공단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일각의 반대 움직임은 ‘불안요소’

그러나 아직 불안요소는 남아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 일각에서 ‘개악’이라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노동세상 등 민노총 노동안전보건 네크워크 관계자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기준을 엄격히 하여 재해노동자들에 대한 산재 불승인 남발을 시작으로 산재요양 중인 노동자에 대한 통제, 치료기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여 강제치료종결를 증가케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며 이번 법안 개정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요양 중인 노동자가 너무 지나친 보호를 받는다며 각종 급여를 삭감하고, 부분휴업급여제도를 도입해 근골격계 질환·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산재요양중인 노동자를 출근 중 치료를 받게 함으로써 치료와 요양을 조기에 포기하도록 종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반대파의 정작 노동자의 입장을 주로 대변해 온 민주노동당은 법안 통과에 찬성입장을 선택했고, 또 지금은 당 자체가 총선 이후 재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정치적인 입장 표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민노총의 의견은 제도 개선 과정에서 제대로 언급돼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경우 언제든 산재법을 놓고 다시한번 노·사·정 분란의 도화선이 될 수 있어 아쉬움으로 남았다.

메디컬투데이 이동근 기자 (windfly@mdtoday.co.kr)
블로그 가기 http://windfly.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