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피해자, 환경단체, 노동조합,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석면추방전국네트워크가 2월 17-21일 일본을 방문해 일본에서 석면산업이 한국으로 넘어온 배경을 조사하고 석면공해를 수출한 원인기업인 ‘니치아스’ 본사에 대한 항의행동을 펼쳤다.
지금 부산 “제일화학” 출신 노동자 중에서 중피종, 석면폐증 등 석면관련질환으로 사망하거나 투병중인 사람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공장 인근 주민에게서도 중피종 환자가 다른 지역보다 10배나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제일화학은 일본 최대 석면 업체인 ‘니치아스’로부터 자본 제공을 받아 니치아스 관련 회사인 ‘다츠타공업’으로부터 청석면 기계를 수입하고 방적, 방직작업을 했다. 1971년에 일본 국내에서는 청석면 제품 생산을 중단하면서 한국 부산에 기계를 옮겨 생산된 청석면 제품을 역수입한 니치아스에 우리는 정보공개와 면담을 요구헸다.
니치아스는 일본 국내에도 석면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노동자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에게도 석면관련질환자를 발생시킨 기업이다. 그러나 피해자인 주민조직이나 퇴직자조합이 보상 등 교섭을 요구해도 응하지 않고 있다. 대신 개별적으로 보상하면서 입 밖에 내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받아 입을 막는 식으로 해서 정보가 외부에 드려나지 않게 하는 수법을 니치아스는 취하고 있다.
우리는 제일화학에 기계를 판 다츠타공업을 비롯해 니치아스 공장을 찾아가 피해자모임과 간담을 가졌다. 그리고 오사카 센난시를 방문해 석면방직공장 지대를 답사했다. 일제시대부터 석면방직산업이 활발했던 이 지역은 전후 제일 한국인이 산업 주류가 되면서 한국에 석면방직산업이 이동하게 되는 역사의 일부를 보았다.
니치아스는 일본에서 사용 중단한 청석면을 제일화학에서 가공하면서 한 마디도 노동자에게 그 위험성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석면피해자모임에 모이는 전 노동자는 말한다. “일본인 기술자는 좋은 마스크와 방어복을 썼는데 우리는 가제마스크를 썼다. 석면에 대해 아무 설명도 없었던 게 억울하다.” 니치아스 본사는 문을 닫은 채 한국인과 일본인으로 구성된 항의단을 막았다.
제일화학에서 사용된 석면기계는 1991년 인도네시아로 옮겨지고 거기서 가동하고 있다. 전형적인 공해수출 구조를 우리는 볼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석면사용이 금지되었지만 인도네시아에는 규제가 없다. 아시아에서는 석면 사용량이 증가 추세이다.
국제기구에 대한 문제제기도 포함한 아시아석면추방운동의 첫걸음을 제기한 일본 방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