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불법하도급·산재은폐 의혹에 안전까지 허술
롯데건설 의정부 신축공사현장 불법 천태만상
매일노동뉴스 조현미 기자
경기도 의정부시 ‘롯데장암 아일랜드캐슬’ 신축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이 임금 15억원을 받지 못하고, 불법하도급을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콘도와 호텔 등이 들어서는 이번 공사의 시공사는 롯데건설(대표 이창배)이며, 전문건설업체인 누리산업개발(대표 전성용)이 형틀·철근 등 골조공사를 담당하고 있다.
건설노조 경기건설지부(지부장 장석철)는 17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롯데건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50명의 건설노동자들이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째 임금을 못받고 있다”며 “시공능력 8위를 자랑하는 롯데건설은 하도급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체불임금 15억원=150여명의 건설노동자들이 지난해 12월부터 받지 못한 임금은 약 15억원. 체불노동자들은 대부분 40대 후반에서 60대 사이 가장이다. 장애우(농아인) 10여명도 포함돼 있다. 지부는 “장애우노동자들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부에 따르면 누리산업개발과 롯데건설은 지난 5일까지 밀린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날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하도급계약 강요=누리산업개발은 최근 형틀 담당 팀장에게 불법하도급 계약을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아무개(50) 팀장은 “2월 중순께 누리산업개발에서 계약을 맺자고 해 어쩔 수 없이 하도급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개정된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올해 1월1일 이후 전문건설업체는 면허가 없는 시공참여자(팀장)와 도급계약을 맺을 수 없게 돼 있다.
◇산재은폐 의혹=지부는 지난해와 올해 발생한 산재사고에서 노동자들이 정상적인 산재보험 처리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지부에 따르면 이아무개씨는 지난해 6월 작업 도중 손을 다쳐 봉합수술을 했지만 회사측은 산재처리를 정상적으로 하지 않고 공상으로 처리했다. 또 지난 4일 눈에 미끄러져 허리를 심하게 다친 노동자도 회사측에서 산재보험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
◇안전장구 허위지급서명 강요=누리산업개발은 노동자들에게 안전보호장구를 받았다고 허위로 서명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부 관계자는 “안전교육시간에 안전보호장구를 받았다고 허위로 서명하게 하고 실제로는 지급하지 않았다”며 “산업안전보건법에 정해져 있는 산업안전관리비용을 다른 곳으로 유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노동자는 “지난 1월부터 일을 했는데 안전화·안전모·안전대 등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며 “탈의실도 없어서 길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28일 이후 시행된 탈의실 설치의무(건설근로자고용등에 관한 법률)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자 70여명은 롯데건설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아무런 성과가 없자 본사 건물 안에서 점거농성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