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노동과 관련된 건강이나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하면서 자주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건강이나 안전 문제에 대하여 ‘이중적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이다. 우리 사회에 일반화되어 있는 ‘건강’에 대한 관심에 비하면, 그러한 관심을 ‘행동’으로 전환시켜 실질적으로 보다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부족해 보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관심이 행동으로 전환되더라도 그 행동이란 것이 지극히 개인적이거나 지엽적인 것일 때가 많은 것 같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한 개인의 건강을 지키고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녀/그가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노동 과정에서의 건강과 안전이 중요하고 그것에 대한 개입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어떤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질병의 원인이 50% 이상 자신의 직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업 과정에서의 여러 불건강한 요소들은 ‘어쩔 수 없는 것’ 혹은 ‘피치 못할 것’으로 받아들이며, 그것을 개선시켜 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거나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아예 포기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노동 과정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은 개인적인 결단과 실천보다는 ‘집단적인’ 요구와 실천을 필요로 할 때가 많기 때문에 이것을 어렵게 느끼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설사 조금 어렵다고 하여도 돌아가거나 포기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그리 어렵고 힘든 문제만도 아니다.

표 1에 나와있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2001년 교육 공무원의 공무상 사망 만인율은 3.62로 기능직 공무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재해율의 경우 0.36%로 고용직, 기능직, 경찰/소방직, 기타에 이어 5번째로 높다. 공무상 재해는 인정 요건이 산재보험법 상의 산업 재해와 다르기 때문에 이 통계 수치를 산재보험 통계와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공무원 내에서 다른 직종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데, 공무상 사망의 경우 공무원 내 다른 직종에 비해 높은 비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보통 산재보상을 비롯한 이런 보상 통계에 잡히는 수치는 실제의 수치보다 훨씬 작은 수치일 경우가 많고, 또 교사의 경우 사립학교 교사의 통계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음을 고려한다면, 교사가 자신의 직업과 관련하여 건강상의 문제를 가지게 되는 비율이 그리 작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교사가 직업으로 인해 겪는 건강 문제의 규모나 심각성이 작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하는 통계 수치인 것이다.

 

위와 같이 교사가 자신의 직업으로 인해 건강 문제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그리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교사들 역시 자신의 ‘노동 환경’을 개선시켜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는 것에 얼마만큼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는지는 평가해 볼만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사를 비롯한 몇몇 직업에는 ‘희생/봉사’를 강요하는 사회적 요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러한 직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정당한 권리 요구조차 정당하게 하지 못하게 만드는 굴레가 있다. 그러나 교사도 노동자로서 자신의 건강을 위하여 ‘노동 조건’의 개선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정부나 학교 재단은 이에 대해 성실히 반응할 의무가 있다. 교사의 건강은 한편으로 ‘건강한 가르침’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사실 이 문제는 교육 노동자 개인의 권리 찾기일 뿐 아니라, 학생들이 ‘건강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표 . 2001년 공무원 직종별 공무상 재해 통계

구분 총인원 사망자수 재해건수 사망만인율 재해율
별정직 29,723 9 63 3.03 0.21%
일반직국가 74,240 16 166 2.16 0.22%
일반직지방 180,708 54 428 2.99 0.24%
교육 129,185 47 462 3.64 0.36%
경찰소방 288,439 65 1,543 2.25 0.53%
법관검사 2,985 0 1 0.00 0.03%
기능직 156,993 61 1,075 3.89 0.68%
고용직 4,496 1 37 2.22 0.82%
기타 46,323 16 172 3.45 0.37%
913,092 269 3,947 2.95 0.43%

※ 위 표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펴낸 연금 통계 실적 내용을 기초로 필자가 재구성한 것임

※ 사망만인율=사망자수/총인원×10,000

※ 재해율=재해건수/총인원×100 %

 

서론이 너무 길었던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본 글에서는 교사 특히 그 중에서도 여교사들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 몇 가지를 함께 살펴보려 한다. 위와 같은 의미에서 교사들의 건강이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 중에서 여교사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는 특히 더 언급될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문한 탓에 현재 우리나라 교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전체 교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과반수 이상임을 고려한다면 교사의 건강 문제 중 여교사의 문제를 먼저 언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교사의 건강 문제는 단지 여교사가 숫자가 많기 때문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로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사회적 관심이 덜한 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언급의 가치가 있다.

 

우리나라에 노동건강 관련 기초 통계들이 부실하여 어느 정도 규모라고 정확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직업과 관련된 요통은 단지 생산직 남성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교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교사들, 특히 여교사들은 학교 내에서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는 것이, 설령 그것이 학생들의 것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의무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학교 내에서 흔히 책상이나 많은 양의 책들을 옮기는 과정에서 허리에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므로 교사에게는 책상을 옮기거나 많은 양의 책을 옮기는 일들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현실적인 여건 상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데 필요한 손수레 등의 기구를 갖추어 줄 것을 학교 당국에 요구하여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을 가르치거나 특수 학교 어린이들을 가르칠 경우, 학생들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 때 특히 조심을 하여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단순히 개인이 조심을 할 뿐만 아니라 학교 당국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필수적으로 요구하여야 한다. 아이들을 들어야 할 경우 반드시 보조하는 사람이 있도록 할 것, 승강기나 전동기중기 등 기계적으로 학생을 들 수 있는 보조 기구를 갖추도록 할 것, 무거운 물건을 드는 데 필요한 기술이나 기구를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습득에 필요한 교육 시간을 유급으로 할애할 것 등이 그것이다. 또한 임신한 여교사의 경우는 특히 허리를 다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하여야 한다.

 

임신한 여교사와 감염성 질환의 문제

학교는 많은 수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전염성 질환에 취약할 가능성이 많다. 대부분의 전염성 질환은 학생들에게 문제가 되고, 성인인 교사에게까지 문제가 되는 전염성 질환은 그리 많지 않지만 임신한 여교사인 경우에는 몇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풍진과 수두인데, 풍진과 수두는 원인 바이러스가 임신한 여성에게 감염되면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실에 풍진이나 수두에 걸린 학생이 있다면 임신한 여교사는 이를 피하여 유급으로 휴가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모든 여교사는, 자신이 풍진이나 수두에 면역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면역이 없다면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 당국이 조치해 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화장실 공급의 문제

당연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는 문제 중 하나가 화장실 문제이다. 화장실 공급과 관련해서는 당연히 여성 전용 화장실이 충분한 수만큼 공급되어 세면이나 용변을 위하여 불필요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여성 전용 화장실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교사 전용 화장실도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이는 있을 수 있는 학생들의 성폭력으로부터 여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여교사의 복지와 안전을 위하여 여교사 전용 화장실이 충분한 수만큼 확보되어야 한다.

간접 흡연의 문제

여러 연구를 통하여 간접 흡연도 건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간접 흡연으로도 폐암이나 심장병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고, 천식 환자인 경우 발작을 유도할 수도 있으며, 기관지염이나 다음 호흡기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임신한 여성의 경우 간접 흡연된 담배 연기가 태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주의가 요청된다. 그러므로 학교는 기본적으로 금연 구역으로 지정해야 하고, 흡연자들을 위하여 별도의 흡연실을 운영하도록 하여야 한다.

폭력 문제

학교 내 폭력의 문제는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역시 과문한 탓에 우리나라 학교에서 교사가 어느 정도의 비율로 폭력을 경험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통계는 알고 있지 못하지만, 실질적으로 이것의 규모는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여교사의 경우는 성폭력의 위험에 동시에 노출되어 있음으로 말미암아 더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의 것들을 요구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 야외 조명 완비, 일몰 후 주요 학교 시설물로부터 동떨어진 곳에서 혼자 진행하는 수업 금지, 폭력에 대처하는 요령에 대한 유급 교육, 공격적인 학생 및 학부모에 대한 정보 공유, 모든 종류의 폭력에 대한 신고 활성화 등.

옷차림 문제

요즘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생각되지만, 필자가 학교 다닐 때만해도 몇몇 보수적인 교장 선생님들은 여교사의 옷차림에도 규제를 가하는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여교사의 경우 바지를 입지 못하도록 한 것이었는데, 이는 인권의 측면에서 뿐 아니라 교사나 학생의 안전이라는 측면에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상 여교사의 건강과 안전 문제와 관련하여 몇 가지 생각해 볼 지점들을 나열해 보았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소위 ‘운동권’들이 그러하겠지만, 필자도 우리 사회 진보를 위하여 노력하시는 전교조 선생님들의 활동에는 언제나 고개가 숙여진다. 요즈음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나라 교육의 백년대계를 세우려는 노력에, NEIS라는 판옵티콘적 발상의 국가 폭력으로부터 학생 인권을 지키려는 노력에 동분서주하시는 모습을 뵐 때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운동도 건강해야 더 잘 할 수 있는 법, 전교조 선생님들이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노력해 주시기를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교사의 건강은 노동자로서 당연히 요구해야 할 교사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이는 또한 학생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임신한 상태이거나 모유를 수유하는 교사의 노동 환경을 위한 체크리스트(영국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중에서)

  • 임신한 여교사가 편안히 쉴 수 있고, 모유를 먹이는 여교사가 편안하게 모유를 먹일 수 있는 깨끗하고 안락한 휴식 공간이 제공되고 있는가? 그리고 필요하다면 임신한 여교사가 누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는가?
  • 임신한 여교사의 휴식 공간은 금연 공간으로 지정되어 있는가?
  • 임신한 여교사가 무거운 물건을 들게 될 때 특별한 보조가 제공되고 있는가?
  • 만일 임신한 여교사가 하루의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서 일해야 한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조처가 마련되어져 있는가?
  • 여교사는 학생이나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이 인식되고 있는가? 그러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구체적으로 취한 행동은 무엇인가?
  • 만일 임신한 여교사가 임신 초기에 풍진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면 그녀는 그에 대해 의사와 상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가? 그러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면 그녀는 위험이 사라질 때까지 유급 휴가를 받거나 위험이 없는 다른 학교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 

   

노동건강연대 김종민 사업국장이 전교조 분회통신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