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집단 사망]”원인 모르는데 대책을 세울 수 있나”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지난 2006년 5월 이후 7명의 노동자가 심장성 돌연사로 사망한 한국타이어 사태. 산업안전공단이 “업무와 관련됐을 가능성은 높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는 역학조사 최종결론을 채택함으로써 사실상 미궁에 빠졌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20일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사태에 대한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서는 노동자 건강의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는 뇌심혈관계질환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없다며 ‘한국타이어 사태 원인과 대책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마련했다.

“돌연사 일으킨 작업환경 찾아야”

임상혁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타이어에서 95년부터 2007년까지 심혈관계질환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17명인데 이 중 15명이 퇴직연도가 일치한다”며 “노동자들이 공장 안에서 심혈관계질환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고혈압 등 순환기질환 병원이용률을 보면 심장질환 사망자가 발생한 시점마다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임 소장은 한국타이어 전·현직 노동자의 고혈압 유병률은 일반 국민 평균에 비해 매우 높고, 특히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의 경우 현직노동자가 퇴직노동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교대근무나 타이어공장의 특정요인이 고혈압 등 심장질환 발생위험을 증가시키다가, 한국타이어만의 독특한 작업환경이 심장질환 사망을 부르는 ‘방아쇠’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임 소장은 ‘방아쇠’ 역할을 한 심혈관계질환 위험요인으로 장시간 잔업과 특근을 유발하는 불규칙적인 교대제와 회사측의 독특한 노무·생산관리로 인한 직무스트레스를 꼽았다.

‘대선’ 앞두고 겉핥기로 끝난 역학조사

민병기 한국타이어 문제해결을 위한 대전대책위원회 간사는 “한국타이어에서 다스(DAS)라는 생산지원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작업자들의 실시간 생산량을 중앙전산통제실에서 모두 체크하고 있다”며 “시스템은 작업자 개인이 터치스크린 방식을 통해 기록하도록 돼 있는데 재료교체시는 물론 식사이동시나 화장실 이동시에도 일일이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의 도입으로 생산미달에 따른 문책, 고가점수 누락 등이 일반화되면서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노동자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간 진행된 산업안전공단의 역학조사에서 직무스트레스나 교대제와 같은 작업특성적 요인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노상철 단국의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가 있는 한국타이어에 대한 역학조사가 대선을 앞두고 급박하게 진행됐다”며 “조사주체도 공정성이나 객관성을 보장할 수 없는 산업안전공단이 맡음으로써 한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정연 노동부 근로자건강과 사무관은 “직무스트레스와 노동강도·조직문화 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별도의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며 “전국 19개 타어어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발암성물질 노출수준에 대한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